정열적이고 화려한 아로마, 보수적인 맛 - 크루프 브라더스 디 아드보캣 2006

‘뱅커(Banker)’, ‘닥터(Doctor)’, ‘아드보캣(Advocate)’ 의 프로페셔널 한 와인 이름들이 눈길을 잡습니다. 올드 월드의 전통주의자들이 클래식한 라벨을 사용한다면, 뉴월드는 흥미진진한 와인 라벨과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마케팅을 구사합니다. 

와인 생산 역사가 짧거나 세계적으로 인지되지 않았던 국가들을 뉴 월드, 유럽과 지중해 연안의 와인 생산지역을 올드 월드로 구별합니다. 올드 월드는 샤블리나 보르도 같이 생산지명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고, 뉴월드는 샤르도네나 까베르네 쇼비뇽 등의 포도 품종명으로 표시합니다. 올드 월드는 오랜 역사 덕분에 이미 포도밭의 개성(떼루아)이 이해되어 있고, 특정 산지의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어 있으며, 와인법에 의해 와인 스타일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뉴 월드는 와인 품종과 스타일이 생산자의 자유라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이 속속 생산됩니다. 또 시장 동향에 따라 생산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와인법이 올드 월드의 와인 스타일을 결정하는 데 비해, 뉴월드의 와인 맛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입니다. 

크루프 브라더스 디 아드보캣(Krupp Brothers The Advocate_ 2006 병을 들자마자 무거움을 느꼈습니다. 무거운 보틀이 고급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42% 메를로(Merlot), 32% 말벡(Malbec), 26% 프티 베르도(Petit Verdot) 블랜딩으로 나파-보르도 스타일입니다. 농익은 과실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며, 특히 잘 숙성된 달콤한 과일 아로마가 짙게 느껴집니다. 블랙베리, 블랙 체리 향과 바닐라, 토스티의 오크향, 스파이스 계열의 계피와 감초 향이 느껴집니다. 허브와 신선한 토마토 잎이 밸런스를 맞춰 주며 복합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선이 굵지만 섬세한 질감의 타닌과 높은 산도가 균형이 이루어 깊이 있는 구조감을 만들어 줍니다. 정열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의 아로마를 지녔다면, 입안에서는 전형적인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듯한 팜므파탈 와인이랄까요? 연간 628 케이스만 소량 생산하는 와인으로 나파 밸리의 떠오르는 스타입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수석 소믈리에 엄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