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테이스팅 세션 후기 - 왕의 귀환 - 다시 시작된 조쏘의 마니악한 세계,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學而) 편

왕의 귀환 - 다시 시작된 조쏘의 마니악한 세계,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學而) 편.

 

 

10월. 조쏘의 마니악한 세계는 프랑스 구석구석의 자연주의 와인들입니다. 

9월 조쏘의 세계에서는 익숙한 보르도가 다수였었지요.

그러나 보르도마저도 평범하지 않은. 그가 소개한 보르도는 현재 우리가 흔히 보는 보르도가 아닌 조금은 낯선 올빈의 세계.

10월 조쏘의 세계는 보르도 외 지역의 색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는 와인들입니다.

 

"有朋이 自遠方來하면 不亦樂乎아(學而). - 친구가 멀리서 오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이는 조쏘의 세션 주제에서 연상이 되는 구절입니다.

조쏘가 멀리서 가져 온 반가운 친구의 이야기의 들어 보시지요. 

Cremant de Bourgogne Brut Zero,  Guy Chaumont.

 

멤버 평점은  89점, 제 점수도 89점입니다.

 

크레망의 이름에 굳이 'ZERO'를 붙인 것은 스파클링 와인의 양조 방법 중 하나인 도자쥬를 생략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쟈주란 샴페인을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의 양조 단계에서 불순물을 빼내고 난 뒤 와인의 소실량 및 당도를 첨가하기 위해 당분을 첨가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 단계에서 와인의 당도가 결정이되며 병 안에서는 2차 발효가 일어나게 됩니다. 탄산이 보글보글.)

친환경 농법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기 쇼몽(Guy Chaumont)의 크레망으로 알리고떼 70%, 샤도네이 30%가 블렌딩 되어 있습니다.

기 쇼몽(Guy Chaumont)의 토양은 샤도네이 보다는 알리고떼의 재배와 잘 맞아 샤도네이는 크레망의 양조용으로만 재배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느낀 아로마는 효모 향이었습니다. 마치 SK2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피테라 에센스의 향과 비슷한 향이었습니다.

첫 향은 그러했지만 입으로 옮겨왔을 때 느껴지는 풍미는 주로 과일향. 과일향과 와인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효모 향의 조화가 좋았습니다.

새콤한 산미도 좋았고 산도로 인한 힘으로 구조감도 나쁘지 않게 느꼈으며 중간 정도의 여운은 가벼운 식전주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멤버들 중에는 모작을 마셨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상큼한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과 더불어

(Mauzac: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으로 청사과와 서양배의 아로마와 기타 복숭아, 꿀, 스파이시의 뉘앙스를 갖고 있음.)

이 와인이 갖고 있는 크리스피한 산도가 혹시 알자스 지방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와인의 긍정적인 특징으로 바삭한 산미를 꼽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쉬운 점으로는 짧은 여운과 인텐시티가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기타의 의견으로는 블랑 드 블랑은 아닐 것 같다는 의견과 5-6 유로 정도의 부르고뉴가 아닐지 추측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시음 후 밝혀진 이 와인의 정체는 현지 가격 10~15 유로의  알리고떼와 샤도네이가 블렌딩 된 블랑 드 블랑의 부르고뉴였으니

살짝 빗나가는 예상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얻게 되는 새로운 경험이 크리스피한 산도만큼의 짜릿함이 아닐런지.

 

Chignin Le Jaja , Gilles Berlioz 2011.

 

멤버 평점은 89.3점, 제 점수는 87점입니다.

 

프랑스의 동쪽 사부아(Savoie)에서 양조된 와인으로 품종은 생소한 자께르(Jacquere)100%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저는 점수에서도 그렇듯이 이 와인에 대해서는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산미와 미네랄리티를 특징적으로 꼽을 수 있었으나 낮은 점수를 준 이유는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은 과실 향의 뉘앙스 때문이었습니다.

단향을 내는 속이 노랗게 잘 익은 과일같은 캐릭터를 연상할 수는 있었지만 그 정도가 너무 미약하다는 느낌이 강해

와인의 전체적인 구조가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멤버들의 의견으로는

미네랄리티가 좋은 만큼 과실 향이 뒷받침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점이 부족해서 의아하다는 의견과

꿀 향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와인의 중간 맛이 빈 느낌과 오일리한 질감으로 상태가 안 좋은 보르도 블랑이 아닌가 추측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와인에 대해 좋은 의견을 준 멤버도 있습니다.

부드럽고 오일리한 질감과 알콜의 조화가 우아한 느낌을 주며 탄탄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의견과

아로마와 풍미가 약하다는 의견과는 대조적으로 꽃 위주의 향과 마른 건조의 뉘앙스를 비롯해 미네랄리티와 복합성이 좋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버터를 넣은 과자의 향도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순철 셰프는 이 와인의 특징인 미네랄리티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크림 소스를 곁들인 흰 살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릴 것이라 했습니다.

 

Bollenberg , Camille Braun 2011.

 

멤버들의 평점은 91.5점, 제 점수는 92점입니다.

 

알자스 리슬링으로 산미와 꽃 향, 미네랄리티의 조화가 상당히 좋은 와인으로 군고구마 향 같은 여운이 꽤 길에 이어집니다.

 

조쏘가 풀어 준 이야기 보따리에 의하면 까밀 브룬(Camille Braun)은 프리미에 크뤼가 될 뻔한 와이너리라고 합니다.  

현재 알자스에는 51개의 알자스 그랑 크뤼가 있는데 그 퀄리티가 너무 천차만별이어서 마르셀 다이스(Marcel Deiss)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비된 프리미에 크뤼가 이야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네들의 정치적인 이권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방향으로 정비 될 알자스 와인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저는 집에서 군고구마 구워 먹는 재미가 좋은데 그때마다 생각나는 산미와 당도의 발란스가 좋은 스위트 와인들.

저 개인적으로는 고구마와 치즈를 잔뜩 넣어 만든 팬치즈랑 함께 마시면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Cote Chalonnaise, Guy Chaumont.

 

멤버 평점은 91.3점, 제 점수는 94점 입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부르고뉴 러버에게 조쏘가 추천하는 와인입니다.

기 쇼몽(Guy Chaumont)은 바이오 다이나믹 생산자로서 포도 과즙과 토양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피노누아의 섬세한 향과 탄닌의 구조를 인상적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제가 마셔본 느낌으로도 미네랄리티와 살랑거리는 가벼운 질감, 부드럽게 느껴지는 섬세한 탄닌의 느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붉은 과일향의 신선함, 버섯과 흙, 젖은 낙엽, 나무 향 등의 식물성 향들이 좋은 인상을 주는 와인이었습니다.

첫 향에서 나무 향과 스파이시가 강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도가 낮아져 오히려 와인의 발란스를 좋게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와인에 대한 느낌으로 최소동 소믈리에는 컬러와 아로마보다 섬세한 탄닌이 인상적이라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피노누아에서 느낄 수 있는 가늘지만 날카롭고 우아하게 다가오는 섬세한 탄닌의 특징을 잘 표현한 와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Brouilly Vielles Vignes , Domain Joubert 2011.

 

멤버 평점 90.3점, 제 점수는 89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와인 공부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은 보졸레는 보졸레 누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보졸레 누보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던 시절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와인을 사 마셔야 하는 날.

그런데 그 와인의 맛이라고 하는 것이 '굳이 이걸 이 난리를 피워가며 마셔야 할 만큼의 맛인가?'를 생각하게 할만큼의 밍숭밍숭 달달한 술.

와인을 처음 대하는 사람은 보졸레 누보가 와인 맛의 전형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엄청난 난리 속에서 오해를 받아야 했던 불운의 보졸레.

보졸레 와인은 자두 맛 캔디를 물에 녹여서 마시는 그런 맛 아니야? 라고 생각하신다면

보졸레 크뤼를 경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열 개 마을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보졸레.

 

열 개의 마을 중 이 와인은 브루이(Brouilly)에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보졸레니까 가메 100%. 그러나 폄범한 가메가 아니라 수령이 70년에서 100년 된 나무에서 난 가메로만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맛을 보면 가메의 전형적인 자두맛 캔디향이 나고 뒤이어 스파이시와 미네랄리티. 그리고 검붉은 과일이 뒤섞인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느낀 이 와인의 특징은 다소 거칠게 느껴진 탄닌과 목구멍이 따끔거릴 정도의 스파이시였는데 중요한 건 이런 점들이 와인에 투박한 느낌을 준다기 보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야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도멘 쥬베는 자연 발효 기법과 여과 공정을 거치지 않는 중세의 와인 양조 기법을 추구한다고 하니 중세의 맛이 궁금하시다면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Beaulieu, Chateau de la Selve 2007.

 

멤버 평점 90.3점, 제 점수는 93점.

 

이 와인은 론과 랑그독 사이에 있는 아르데슈라는 곳에서 생산된 와인이라고 합니다.

아로마로 인한 인텐시티가 무척 강한 와인이었고, 산도도 높았으며 강한 탄닌은 부드럽지만 강했습니다.

아로마와 산도, 탄닌. 그리고 그로인해 만들어진 바디 역시도 큰 매우 옹골찬 와인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

아마도 바로 전 시음 와인이 브루이여서 그 대비가 더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까베르네 쇼비뇽이 전체 블렌딩 비율의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그르나슈, 멜롯, 무흐베드르, 쌩소 등 다양한 와인이 블렌딩되었습니다.

아로마의 주 캐릭터는 동물성향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그 외 우디함과 감초, 커피, 가죽, 나무 향, 검은 과일류의 향의 복합적 풍미로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입니다.

 

테이스팅을 마치고 남은 와인들을 초리조, 빠데 등과 곁들이는 시간이 있었는데

향이 강하고 스파이시가 강한 초리조와 함께 했을 때 와인의 숨은 힘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 매칭이 좋았던 와인이었습니다.

쉐시몽이 오너인 심순철 셰프는 이 와인을 '검은 과일을 따먹은 야수'라는 표현으로 정의내리기도 했습니다.

 

Les Adres, Domain du Trapadis Rasteau 2006.

 

멤버 평점 89.5점, 제 점수는 88점.

 

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매우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Rasteau' 와인은 '유기농, 투박함, 강함, 진함, 알콜이 높은'. 과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물론 테이스팅 당시에는 와인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위에 나열된 특징만 가지고

'Rasteau'를 추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후 와인에 대한 정보가 공개가 되면 역시 'Rasteau'였군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와인입니다.

 

멤버들의 의견으로는 '이상함, 특이함, 2차 발효가 된 것 같음, 미티함, 전형성에서 벗어난 와인 같음' 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제 시음 노트에 이 와인에 대한 인상은 딱 두 가지. '모르겠음, 자극적임' 이라는 메모가 있고,

입 안을 확 조여주는 강한 탄닌. 그리고 산도가 좋음. 그러나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든다는 감상을 적혀 있었습니다.

검은 과실들의 향과 나무 향, 허브, 가죽, 동물성향, 담배 등의 복합적인 향이 매우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와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코 마시기 쉬운 와인은 아니지만 생산자의 철학을 공유하며 오감을 넘어서 머리와 가슴으로 마시는 와인에 대한 경험으로는 매우 흥미로운 와인이 아닐까 합니다.

MAS LUMEN, PRELUDE Coteaux du Langudoc 2004.

 

멤버 평점 90점, 제 점수는 89점입니다.

 

바로 전에 시음했던 'Les Adres'와 비슷한 캐릭터로 동물성 향이 매우 강한 인상을 주는 와인입니다.

까리냥과 시라가 블렌딩 된 와인으로 검은 과실의 진한 향과 꽃향이 섞여 있으며 강한 탄닌과 더불어 계피, 감초, 커피 향 등으로 마무리 됩니다.

저는 전 와인인 'Les Adres'보다는 풍미의 단계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는 와인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전체적으로 정돈된 느낌이었습니다.

 

비슷한 캐릭터의 와인을 연속으로 시음을 해서일까요? 앞선 와인에 좋은 인상을 받은 멤버들은 이 와인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은 듯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시음시처럼 와인만 두고 즐기기에는 분명 부담스러울 것 같고,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두고서야 비로소  생각날 와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FAUGERES, DOMAINE LEON BARRAL 2008.

 

멤버 평점 90.8점, 제 점수는 90점.

 

꼬뜨 뒤 랑그독 와인으로 까리냥, 그르나슈, 쌩소가 블렌딩 되어 있는 자연주의 와인입니다.

첫 느낌으로 느껴지는 것은 강한 산도입니다. 그리고 힘있는 탄닌과 강한 알콜이 어울린 풍미와 맛이 강한 와인입니다.

전체적으로 강인한 느낌의 와인이기 때문에 와인의 여러 요소들이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뒤이어 이어지는 검은 과일류의 향과 나무, 가죽, 스파이시한 다양한 향이 주는 여운의 어울림은 잘 익은 과실의 이미지를 남겨주기도 합니다.

한 병의 와인에서 다양한 모습을 다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첫 인상으로 강한 느낌을 받은 이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그의 여린 속내를 본 후 더 정이 가는 그런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모임의 가장 큰 의의는 다양한 와인들을 다양한 의견과 함께 시음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만 살아가기 때문에(때로는 나의 삶을 내 주체적으로 살기도 힘들긴 하지만) 자칫 삶의 여정이 단조로울 수 있지요.

나의 세계는 잠시 정지시켜 놓고 잠시 타인의 세계를 여행하는 흥미로움.

우리는 와인을 통해 즐기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매우 유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