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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와인투데이

주인공은 '샤토 라뚜르 공작公爵 (Grand vin Chateau Latour)'이 아니고...

와인비전 2014. 2. 20. 13:41
주인공은 '샤토 라뚜르 공작公爵 (Grand vin Chateau Latour)'이 아니고...

해외 와이너리 투어를 가장 많이 나와 했던 박총朴總-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음료에 관련한 대학 총장이 될 그를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이 모처럼 시음회를 주선했다.
...
장소가 순천으로 좀 멀었지만 토요일 밤이라 망설임없이 내려갔다. 참고로 토요일 저녁에 나에게 놀거리를 주는 것 자체가 적선積善이며 복 받을 일이다.

시음장소는 카페 씨에떼. 스페인어로 7을 지칭하는 '씨에떼'는 박총이 브랜드화 시킨 멋진 커피숍이다. 식당이 아닌 관계로 식사는 세프를 특별히 초청하여 대한민국 생태 수도 순천 하늘아래에서 청정하게 자란 쇠고기로 저녁 식사를 마련하는 등 주최자의 성의는 가히 높디 높고 맑디 맑은 순천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그 날 시음회의 주빈主賓은 우리들이 아니고 보르도에서 왕림하신 '샤토 라뚜르 공작公爵' Grand vin Chateau Latour 1997.

1855년 수여 받은 라뚜르 가문은 보르도 1-5등급 중에서 1등급을 받아냈으니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에서 공작의 칭호를 받은 귀하신 몸중에 귀하신 몸이라 하겠다.

Second Wife로 Les Fortes de Latour을 대동하고 나타나신 그 분들은 행색은 검소했지만 역시 1등급 동네에서 자란 귀족처럼 매무새부터 기품이 뿜어져 나왔다고들 모두들 예찬했다. 이 양반은 비록 태어난해에 IMF를 만나 못입고 못먹어 제대로 잘 자라지는 못했어도 한국에서는 그 가문의 다른 해에 태어 난 형제들 만큼이나 공작 신분으로 대우를 받는다.

모두들 왕을 맞이한 신하처럼 교황을 뵈러 온 신자처럼 라뚜르 공작과 사진도 찍고 경배도 드렸다. 칭찬과 아첨, 칭송과 아부가 이어진 허무한 시음이 이어졌지만 불경스럽게도 오늘의 나의 시음기試飮記는 그가 주인공이 아니다.

와인 시음이 끝나고 대부분 자리를 떴을 때 나의 혈액 내 알코올 농도를 적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주최측으로 부터 제공된 한 잔의 위스키가 나의 '7인 7색 칼럼' 첫 주인공이다.

더블 샷 잔에 가득 담긴 노란색 액체. 금색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밝고 오렌지 껍질 색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럼 어디서 만나 봤을까 저 컬러를... 한참 고민도 아닌 고민을 하다가 드디어 집 앞의 과일 가게를 생각해 낸다. 과일 가게 전면에 잘 닦여 내어 놓아 번쩍거리는 질 좋은 성주 참외의 색과 향이었다. 위스키에서 참외 향이라니... 나도 어지간히 구라가 늘었나 보다.

탈리스커 25년 Talisker 25 years old (병입:2004년, 도수:57.8%, Cask Strength)이다.

알려진 바와는 달리 녀석은 그다지 터프하진 않다. 조니워커의 블렌딩에 주로 사용되는 몰트위스키라는 이미지는 녀석을 훌리건의 아류라고 짐작하였으나 태어나서 한창 젊을 때까지 25년을 스코틀랜드 골방에서 보낸 터라 성질은 많이 죽어 있다. 피트향이 많이 가라 앉아 있었다는 말이다. 첫 대면에서 피트의 잽을 가볍게 내 턱에 던지고 나서 이내 사라지더니 입 안 내내 오렌지 향을 길게 발산한다. 그리고 목 넘김 마지막 피니시에서 다시 스모키 향이 천천히 그리고 계속된다. 내면의 풍부함에 따라 가벼운 듯 여겨지다가 나중에야 중후함의 진가를 보여 주는 녀석이다. 지금까지 접해 본 녀석 중에서도 꽤 괜찮은 친구임에 틀림없으니 한번 만나보시기 바란다.

녀석의 고향은 스카이Skye로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의 서북쪽 섬이다. 'Talisker'라는 이름은 기울어진 바위sloping rock라는 뜻이다. 이 섬에는 아일라섬과 맞먹는 7개의 증류소가 있었지만 다 문을 닫고 이젠 탈리스커만이 유일하게 이 섬을 지키고 있다. 녀석이 살아남아 잘 나가는 그 만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스피릿 상식 한가지>

카스크 스트렝스 Cask Strength.
원액을 물로 희석하지 않고 나무통에서 바로 병에 담은 위스키.
도수가 매우 높아 60도에 육박한다. 컬트와인처럼 마니아 층 고이 형성되어있다.

일반 위스키는 병에 담기 전에 물로 희석하여 알코올 도수를 40~43% abv로 낮춘다.

- 와인 스피릿과 함께하는 大믈리에 박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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