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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이 좋은가요? 집안요? 왜요? 스트레스 받나요? - '샤또 글로리아(Chateau Gloria)'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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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이 좋은가요? 집안요? 왜요? 스트레스 받나요? - '샤또 글로리아(Chateau Gloria)'

와인비전 WSET 와인비전 2013. 6. 7. 12:11


‘공부는 잘하니? 명문대 가야 성공하지!’ 한국의 한국인이면 누구나 초등학교부터 귀에 못박히게 들어오던 얘기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자연적으로 스펙에 연연하는 삶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짧고도 긴 고3 시절을 끝내고 1998년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군대를 갔다와 보니 세상은 팍팍해져 있었습니다. 취업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학교는 물론 과도 좋아야 되고, 토익점수가 없으면 안됩니다. 영어회화도 잘 해야지요. 그러고 보니 주변 사람이 다들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도 해외로 대학을 가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이력서에는 봉사활동을 적는 칸도 있습니다. 다시 다들 칸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떠납니다. 입양아를 돕기도 하고, 국가기관에서 일하기도 하며, 다시 해외로 나가기도 합니다.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대학생활이 끝납니다.

어렵게 취업이 됩니다. 드디어 사회생활이 시작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적지 않은 돈들을 벌고 쓰고 모아갑니다. 그리고 결혼을 해야 되는 시기가 찾아 옵니다. 다시 스펙은 인생을 평가합니다. 그 흔한 소개팅에도 학벌과 직장이 어디인지, 사는 동네가 어디인지, 집안이 좋은지 이런 이야기가 따라 다닙니다. 소신껏 결혼을 합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던 회사가 어려워지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친구들은 또 다시 떠납니다. 카이스트로, 로스쿨로, MBA로. 더 좋은 연봉에 더 좋은 회사를 위해서 말입니다. 언젠가 임원을 달려면 업글을 해야된다 합니다. 조금씩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좋지도 않은 스펙이 제 인생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스펙놀이는 그만하고 싶습니다.

‘샤또 글로리아(Chateau Gloria)’가 생각납니다. 와이너리의 창시자인 ‘앙리 마르땡(Henri Martin)’는 800헥타르뿐이 되지 않는 좁고 좁은 생-줄리앙에 와이너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생-줄리앙은 포도밭이 너무 작고, 대부분의 와이너리가 그랑 크뤼급이여서 포도밭을 파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1942년 앙리 마르땡은 어렵게 그랑 크뤼 샤또인 ‘생 피에르’로부터 6헥타르의 포도밭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샤또 뒤크뤼 보까이유(Ducru-Beaucaillou), 샤또 그리오라로즈(Gruaud-Larose), 샤또 레오빌-바르통(Leoville-Barton), 샤토 라그랑쥬(Lagrange), 샤또 베이슈벨(Beychevelle), 샤또 레오빌푸와페레(Leoville-Poyferre) 등으로부터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포도밭을 매입해 결국 삼십여년이 지난 1970년쯤에는 50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게 됩니다.

글로리아는 그 끈질긴 노력과 의지만큼 와인의 품질도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보르도 최고의 와인을 뜻하는 그랑 크뤼 등급은 1855년에 제정된 것입니다. 아무리 샤또 글로리아가 뛰어나더라도 보르도 그랑 크뤼에 포함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참으로 명예스러운 등급이지만 어쩔 수 없지요. 1959년 프랑스에서는 100년이 넘은 그랑 크뤼 등급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의미가 없다며, 그랑 크뤼 등급을 수정해야된다는 여론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보르도의 그랑 크뤼 등급을 재조정하기 위한 조직이 결성되지요. 이 조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알렉시스 리신(Alexis Lichine)’입니다. 그러나 보르도의 그랑 크뤼 등급 수정은 기득권의 압력으로 결국 좌초됩니다. 알렉시스 리신은 뜻을 접지 않고 개인적으로 수정한 그랑 크뤼 등급을 공개합니다. 이것이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는 ‘알렉시스 리신 등급’입니다. 알렉시스 리신의 5개 보르도 등급 중 글로리아는 4번째 등급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버트 파커도 자신의 저서에서 1855년에 결정된 그랑 크뤼 등급과 달리 자신만의 보르도 와인 등급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샤또 글로리아를 4번째 등급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랑 크뤼라는 칭호는 없지만 사람들은 글로리아를 그랑 크뤼급 와인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2003년 프랑스 와인의 원산지 명칭을 통제하는 국가조직인 INAO는 크뤼 브루주아 등급을 재조정하게 됩니다. INAO는 당연히 글로리아에게 등급 조정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참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글로리아에는 그럴싸한 등급이 없습니다. 그저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열정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샤또 글로리아를 그랑 크뤼의 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펙에 대한 애증과 고민이 많은 요즘, 샤또 글로리아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웅진홀딩스 홍보팀 윤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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