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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슈퍼리어 등급 와인은 보르도 와인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으로 통상 저가로 판매되는 대량 생산 와인들입니다. 당연히 와인의 맛도 민밑한게 전혀 매력을 찾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제가 최근 반가운 예외를 발견하고 기뻤습니다. 샤또 브랑 데스판뉴 뀌어(Chateau Brun Despagne Querre)는 1.5헥타르의 아주 작은 밭포도에서 생산됩니다. 보르도 우안의 생떼밀리옹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평균 수령 80년의 오래된 메를로 포도나무 위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포도 나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극히 낮아서 연간 5천병 밖에 생산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생산되는 와인은 그랑크뤼 와인 못지 않게 농축된 향과 풍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주 이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세..
금요일 그남자 입니다. 얼마전 한국 와인인 '뱅주'라는 와인이 레드닷과 더불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를 패키지 부문 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참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2년전쯤 뱅주를 처음 런칭할 때, 뱅주컴패니의 김민겸사장님과 식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김사장님은 프랑스어로 포도인 VIN에 술주(酒)자를 더한 뱅주(VIN-JU)는 ‘와인도 술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하면서 뱅주를 소주잔에 따라주셨죠. 와인도 술이니 아무장소에서나 편하게 마셔야 한다고.. 시간이 흐른뒤 언듯 보니, '뱅콕'이라고 홍대클럽에서 콜라에 뱅주를 타서 마시는 행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처럼 격식없이 편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게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뱅주는 12개..
지난 주 금요일에 열린 테이스팅 세션의 주제는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일 시음에는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주최자의 친절한 배려로 작은 비커에 보관한 와인을 다음 날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필립 파칼레를 포함한 8개의 와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와인이 바로 클로 시라 레온입니다. 다른 테이스팅세션 패널분들도 이 와인에 높은 점수를 주셨더군요. 평균 95점을 받아 1등을 차지했습니다. 연한 핑크색 바탕에 꽃이 그려져 있는 예쁜 레이블이 먼저 눈에 띄는데, 포도원 주변의 붉은 토양, 꽃과 관목(garrigues)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와인메이커이자 오너인 마리엔 소리아(Marlène Soria)는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일하다가 1973년 남편과 함께 프랑스 남부..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 잡스 형님. Jobs라는 이름따라 평생 일만 엄청하다가 간 그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실천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에너지야말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으로만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한다고 부르짖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본질이 없는 속빈 강정이라 하겠죠. 변화와 혁신은 스스로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무지개와 같은 존재입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무지개같은 녀석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고 와이너리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히는 러스텐버그(Rustenberg), 그곳에서 생산되는 존 엑스 메리맨(John X Merriman)이라는 와인입니다. 19세기 말 남아공 농림부 장관과 남아공 총리를 ..
'세상의 모든 와인은 가치있다.' 라는 말. 말은 쉬운데 아무래도 개인의 취향이 있다보니 이를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느끼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초였지요. 제가 이 말을 직접 체험을 통해 느꼈다고 하면 좀 건방진 발언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놀랍고,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카르메네르에 대한 매우 안 좋은 기억이 있어요. 처음 마셨던 카르메네르는 판매 직원의 추천을 받아 산 와인이었는데 그 첫 인상이 매우 안 좋았던 거죠. 코르크를 오픈하자마자 올라오는 매우 기운에 눈이 따갑더라구요. 마시면서는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그 강한 기운은 좀처럼 없어질 기미가 안 보였고, 맛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었고, 심지어 비린 느낌도 났었구요. '아,.. 이런 몹쓸 와인이 있나 싶어서..
며칠 전 모임에 2006 라스또 레자드레(Rasteau Les Adres)를 몇 병 들고 나간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한국 음식과 같이 마시기 때문에 나름 고민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들 와인을 좋아 했고 음식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인병 바닥에 남는 찌꺼기였습니다. 대부분의 자연주의 와인들에 찌꺼기가 남는 것은 당연합니다. 병입 전에 필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와인은 정도가 심했습니다. 제 와인 잔에 마지막 잔을 채웠을 때 바닥에 깔리는 찌꺼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찌꺼기에 익숙한 저도 조금 당황할 정도 였습니다. 참석한 다른 지인들에게 마지막 잔에 남는 찌꺼기가 자연주의 와인의 증거라고 설명은 했지만 과연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연주의를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가 없습..
금요일 그남자입니다. 쌩떼밀리옹 지역의 그랑 퀴리 클라세 중 하나인 샤또 다소(Chateau Dassault)와 칠레의 대표 와이너리인 산 페드로는 50:50으로 합작 투자하여 칠레에서 와인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독수리자리 중 가장 밝은 별 '알타이르' 입니다. 알타이르는 아랍어로 '나는 독수리'라는 의미인 النسر الطائر(안-나스르 아트-타이르)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알타이르의 신화에서 제우스는 독수리로 변해 날아가다 트로이의 아름다운 왕자 '가니메데'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를 납치해 올림푸스 산으로 데려옵니다. 그곳에서 제우스는 가니메데 왕자에게 신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시킵니다. 독수리 자리의 가장 밝은 별 알타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견우성으로 불립니다. 재미있지요...
세상에 맛있는 와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Great'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와인도 많이 있죠. 하지만 가격까지 착한 와인은 드문 편입니다. 때때로 맛과 향이 괜찮으면서 가격까지 착한 와인들이 보이곤 하는데, 이런 와인들을 (살만한) 가치가 있다 하여 밸류 와인(value wine)이라 부르죠. 오늘은 호주의 밸류 와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08년 '매력적인 호주 문화의 다섯 아이콘' 중의 하나로 뽑히고, 로버트 파커가 2005년 와인 인물로 선정했으며, 바로싸 밸리의 문화 발전에 대한 공헌으로 '바로싸의 남작 칭호'를 받은 벤 글래처(Ben Glaetzer)가 만든 월레스(Wallace)라는 레드 와인입니다. 쉬라즈와 그르나슈를 8:2로 블렌딩해서 만든 월레스는 검은 과일과 말린 과일의 풍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와인양조 컨설턴트로 알려진 미셸 롤랑은 영화 몬도비노(Mondovino) 속에서 자신을 플라잉 와인메이커(flying winemaker)로 칭할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양조자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클로 드 로스 시에테(Clos de los Siete)는 1988년 아르헨티나와 미셸 롤랑의 만남을 계기로 보르도의 와인 양조자이자 투자자로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6명과 함께 미셸 롤랑의 이름을 걸고 탄생시킨 브랜드입니다. 레이블에 있는 7개의 꼭지점을 가진 별은 안데스 산맥 발치에 펼쳐진 7개의 구획으로 나뉜 최고의 포도원을 의미합니다. 멘도사에서 남쪽으로 90km 떨어진 곳에 안데스 산맥의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850헥타르의 대지가 있습니다. 고도 1,20..
간만에 와인 레스토랑을 방문한 A씨,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와인을 마실까 고민합니다. 결국 A씨는 와인리스트에서 가장 싼 와인을 주문합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을 되뇌며 후회를 합니다. 현명한 당신은 이런 경우 어떻게 하십니까? 저라면 하우스 와인을 주문하겠습니다. 각 레스토랑 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보통 레스토랑에서 하우스와인을 선정할 때 가격대비 효용성이 커야한다는 점은 공통적인 관심사일 것입니다. 하우스 와인은 말 그대로 그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와인이기 때문이죠. 경제활동에서 말하는 가치(Value)란 비용(Cost)에 대한 기능(Function)을 말합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하우스와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능을 가지고 있는 와인이라면 그야말로 그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