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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로제 와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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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앙제(Angers)라는 작은 도시에서 유학 생활할 때였습니다. 쌩땅뚜안(St. Antoine)이라는 작은 성당의 프랑스 신부님으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습니다. 프랑스에서 저녁 식사 초대는 굉장히 큰 의미라고 생각했고, 간만에 정말 포식하겠구나 생각하면서 빈 손으로 가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대형 마트에 들러 와인을 사가기로 맘먹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와인 코너를 헤매다가 적당한 가격의 로제 와인을 한 병 골랐습니다. 와인에는 레드와 화이트만 있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빛깔 고운 로제 와인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을 좀 더 느끼고 싶어 한 병 더 챙겼습니다. 신부님 댁에 도착하자 음식 냄새가 진동할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식사할 줄 알고 기대했던 제 잘못이죠. 허기..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졌어요. 어제는 저녁 산책을 나갔더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더군요. 생각해보니 덥다고 난리를 친 것도 보름 남짓. 이젠 가을이 들어올 자리를 찾아 눈치를 보는 듯합니다.며칠 전에 우연히 까르보나라 떡볶이라는 걸 먹었습니다. 그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걸 보니 가을이 곧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리고 더불어 생각이 난 와인.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의 이미지를 반반씩 갖고 있는 클라랑스 딜롱 클라랑델 로제(Clarence Dillon, Clarendelle Rose) 2007입니다.바닐라, 복숭아, 베리류의 단향과 스위트 스파이시. 로제라고 보기엔 살짝 떨어지는 듯한 산도와 가늘게 느껴지는 탄닌의 조화. 그리고 가볍지만은 않은 바디감과 부드럽게 느껴지는 질감. 고소한..
레드 와인은 고기, 화이트 와인은 생선. 이 공식(?)은 절대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와인과 음식의 무난한 매칭을 이룰 수 있는 조합입니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은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조리 방법이나 사용하는 양념에 따라 달라지곤 합니다. 때때로 뜻밖의 매칭을 이루는 경우도 있곤 있죠. 예를 들어 돼지고기에는 오크 처리를 한 일부 이태리 토착 화이트 와인이 잘 맞고, 참치 머릿살에는 피노 누아나 보졸레가 맞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고기 요리는 레드 와인과, 대부분의 생선 요리는 화이트 와인과 먹으면 큰 무리 없이 어울립니다. 그런데 육류와 채소류가 뒤섞여있는 요리는 어느 와인과 먹어야 할까요? 그리고 와인은 한 병만 마셔야 하는데, 고기 요리와 채소 요리가 함께 나온 자리에는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
한국 시장에서 로제 와인은 인기가 별로 없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음식과 매칭함에 있어 로제 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로제 와인은 타벨 지역 와인으로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다른 로제 와인들 중에서도 구조감과 풍미가 뛰어난 전통적인 스타일의 와인 입니다.1987년부터 양조를 시작한 도멘 드 라 모르도레(Domaine de la mordoree)는 아주 오래된 도멘은 아니지만 론 지역에서 "떠오르는 슈퍼스타"라고 불릴 정도로 와인의 퀄리티가 훌륭하고 양조철학이 아주 뚜렷한 곳 입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빌리자면 "예전의 타벨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레드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의 이미지였고 우리들은 그 때의 타벨을 추구한다." 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모르도레(mordoree)의 타벨은 촘촘한..
현존하는 최고의 셀러브리티 커플인 졸리-피트 부부는 2008년에 자그마치 $60 million이라는 거금을 들여 프랑스 남부의 샤토 미라발을 사들였습니다. 미라발은 500헥타르에 이르는 개인 소유의 땅으로 프로방스의 중심부에 있으며, 유기농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햇살이 밝게 비추는 따뜻한 오후와 서늘한 밤의 일교차 속에서 고도 350미터의 포도밭에서 자라난 포도나무는 산뜻한 산도와 풍부한 풍미가 있는 와인을 만들어냅니다.샤토 미라발 코트 드 프로방스 로제는 샤토 보카스텔의 오너 페랑(Perrin)과 졸리-피트가 손잡고 처음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처음 6,000병이 출시되자마자 5시간 만에 완판이 되었다고 하는군요.졸리-피트(Jolie-Pitts) 로제라고도 불리는 이 와인은 돔 뤼나르 샴페인과 ..
날씨가 아주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더 이상 레드 와인은 선택 대상이 아니죠. 차갑게 마시기 힘든 레드 와인은 여름철의 술로는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확실히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가 땡기기는 하지만, 와인 중에도 여름철에 어울리는 와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탄산이 입안에 짜릿한 감각을 전해주는 스파클링 와인, 상쾌한 산미가 입맛을 돋워주는 화이트 와인, 그리고 연어색에서 주홍색까지 다채로운 색깔로 빛나며 여름철 피서지에 어울리는 로제 와인이 그런 와인들이죠.이제 날이 더 무더워지고 복날도 곧 다가올텐데요, '복날에는 개고기!'라고 하지만 많은 분들에겐 닭과 수박이 더 친숙한 음식일겁니다. 닭은 더운 여름철에 떨어지기 쉬운 체력을 보양해주고, 수박은 체온을 조절하면서 갈증을 해소해주기 때문에 더운 여름철 음..
작년 3GO 로제 타임 시간에 제가 준비했던 루아르 지역의 로제 와인 입니다. 루아르 지역의 풍부한 자연조건을 잘 이용하여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 여러 종류의 로제 와인이 생산되는데요, 그 중 하나가 앙쥬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제 당쥬 입니다. 로제 당쥬는 그롤로(Grolleau)라는 품종을 사용해서 블렌딩을 하는데요, 약간의 스위트 함과 함께 살구 라스베리 레드 플라워 계열의 향이 아주 인상적인 와인입니다. 차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산미가 튀지 않으며 산뜻한 맛이 오히려 즐겁고 가볍게 걸 프렌드와 잔디에 앉아 간단한 샌드위치 종류와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입니다. 다만 약간의 스위트 함 때문인지 날 해산물과 함께 마셨을 때는 비릿한 향을 더 부각 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해산물과 마신다면 살짝 데친 종..
아파트 단지 화단에 봄꽃들이 한가득 피었습니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좀 쌀쌀하지만 소리 없이 다가온 봄에 마음이 설랩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란 애칭으로 불리는 도멘 오트(Domaines Ott*) 로제와인입니다. 고대의 와인 항아리인 암포라와 비슷한 형태를 띤 독특한 디자인의 병모양으로도 유명한 이 와인은 저의 No.1 로제와인입니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생산되는 클로 미레이유 로제 퀴르 드 그랭(Clos Mireille Rose Coeur de Grain)은 63% 그르나슈와 25% 생소, 7% 시라와 5%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해서 만들어집니다. 심플한 스타일의 로제 와인과 비교하면 구조감도 좋고 풍미도 훨씬 풍부하죠. 부드러운 질감과 산뜻한 산도, 아카시아, 자몽..
금요일 그 남자입니다. 오늘부터 기다리던 '여의도 벚꽃축제'가 시작됩니다! 와인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워커힐 벚꽃축제'도 내일부터 시작이고요! 주말인 내일은 낮 기온이 18도까지 오른다고 하네요. 돗자리와 와인 한 병 들고 나들이 나간다면 애인에게 사랑 받지 않을까요? 물론 사람 많은 곳에 아무 준비도 없이 간다면 몸도 마음도 힘들겠죠? 오히려 미움만 살 수 있으니 조심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사람 많은 곳도 피해야 되겠지요. 그리고 소풍의 기분을 극대화 시키는 '비장의 아이템을 하나쯤은 준비해야 되지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이런 벚꽃 축제에 비장의 아이템으로 쓰일 만한 와인을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벚꽃와인 ‘사쿠라’입니다. ‘사쿠라’는 일본 야마나시현 가쓰누마에 위치한 와이너리에서 만들고 있..
샴페인 방식으로 스파클링 로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식이 블렌딩(blending)입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 베이스 와인을 만들고 이를 와인병에서 2차 발효를 시켜 버블을 만듭니다. 또 다른 방식은 블리딩(bleeding) 입니다. 레드 그레이프를 살짝 크러싱해서 흘러나오는 쥬스(free run juice)로 로제 와인을 만들어서 이를 베이스 와인으로 2차 발효시켜 버블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생산 효율이 낮기 때문에 일부 고급 로제 샴페인만이 이 블리딩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르 물랭 브뤼트(Le Moulin Brut)'가 희귀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보편적이지 않은 블리딩 방식을 채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