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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테이스팅세션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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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이번 테이스팅 세션의 기록은 뒤늦게 작성되었습니다. 한 번 게으름을 부렸더니 흐트러진 정신머리를 잡아오기가 쉽지 않더군요. 당시에는 카메라 메모리도 챙겨가지 않아 결국 촬영은 갤럭시 S2. 사진이 산만하고 집중이 되지 않아도 기계의 역량이며, 정신머리 없는 작가의 소양이니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달 전 일이었으므로 맛과 향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리란 기대는 멀리 보내버리시고, 순전히 멤버들의 테이스팅 노트에 기초한 정리에 의의를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정신없는 기록도 우리의 역사의 조각 중 하나니까요(라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ㅁ-;) 첫번째 선수는 아몬-라(AMON-Ra) 2006. 호주 바로싸 밸리의 쉬라즈 와인입니다. 이 와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한 달에 한 번 와인 비전에서는 이곳에서 WSET 고급 과정까지 마친 동문들이 모여 테이스팅 모임을 합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은 '세상의 모든 와인은 가치있다.' 라는 기본 주제를 두고 와인 전문가, 와인업계 종사자, 와인 애호가들이 WSET 와인을 시음하고 기준으로 평가하며 개인적 소감을 나눕니다. 올 9월로 13회를 맞이한 테이스팅 세션에 3GO가 함께 했습니다. 엄쏘와 방쌤은 시음자로 테이스팅 세션 멤버들과 테이스팅에 참여했으며, 조쏘는 은밀하게 와인을 준비했습니다. 조쏘의 선택은 미수입되었거나 수입되었어도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와인, 즉 '프랑스의 숨겨진 보석들'이었죠. 조쏘의 설명과 더불어 테이스팅 세션 멤버들의 점수가 함께 정리됩니다. DO..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정말 좋은 와인을 마시면 그 와인을 분석하면서 마시기 보다는 그냥 입맛만 쩝쩝 다시면서 계속 마시고 싶어지기만 합니다. 더 나아가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아, 맛있다..."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꽉 들어차게 되죠. 한마디 머리가 멍~ 해지는 겁니다. 사실 시음한 지 3주나 되는지라 지금은 각 샴페인들의 이미지만 남아 있는 상태랍니다. 도대체 이 샴페인들을 어떻게 잘 묘사해야 이것들의 성격과 충격적이게도 아름다운 맛을 제대로 전달해 드릴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향과 맛에 대한 묘사나 지속적으로 버블이 잘 피어오른다, 혹은 여운이 길다 등등의 공식적인 말로 묘사하고 끝내기에는 이것들이 진실로 아름답단 말이지요. 우선 Pol Roger, SIR WINSTON CHURCHILL 1..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오래 전 눈이 소담소담 내리는 화면을 배경으로 연한 핑크빛 통통한 볼을 한 귀여운 계집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며 쌀알만큼 작은 유치를 드러내며 웃는, 서른 한 가지의 맛이 있다는 아이스크림 광고. 당시 화장 좀 한다는 여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안나수이 301호 블러셔를 사대기 시작했었죠. 뿐만 아니라 딸기 우유 색상으로 유명했던 이브 생 로랑의 22호 립스틱 컬러도 역시나. 이 제품 사재기 한 분들도 많았지요. 아! 물론 핑크 하면 떠오르는, 우리나라에서 강아지 '김치'를 입양해 간 패리스 힐튼의 깔맞춤 패션과 핑크 벤틀리도 떠오르네요. 핑크(Pink)는 이렇게도 여심을 흔드는 컬러인가요? 안나수이 301호 블러셔나 이브 생 로랑 22호 립스틱이나 패리스 힐튼이니..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대학에 들어가면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지요. 바로 수강 신청하기. 전교생이 똑같이 짜여진 시간표로 공부하던 때와 달리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내가 직접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실로 수입 아이스크림스러운 일상을 내가 만들 수 있다는 흥분. 1학년은 어떤 학년보다 전공 필수, 교양 필수 수업이 많아서 고 3 시간표의 양 싸다구를 후려치고도 남을 시간표였기에 선택할 수 있던 과목은 몇 개가 안 됐었죠. 그 와중에 꼭 붙어 다니고 싶었던 친구가 반드시 듣고 싶다고 했던 '문학 감상법'. 진정 그 수업이 듣고 싶은지를 몇 번을 물었지요. 정말 수업 제목도 구리다... '문학 감상법' 뭐냐고 타박을 주고, 문학을 감상하는데 무슨 '법'이 필요하냐, 교보나 영풍가서 쭈구..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석달 전부터 테이스팅 세션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한 사람이 두 달에 걸쳐 매달 한 가지씩 새로운 주제로 모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인이 선택한 두 가지의 주제로 두 달 동안 모임의 주제를 낼 수 있는 겁니다. 첫 달에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돌아봤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이라는 것은 어떤 맛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모여진 칠레 와인들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했답니다. 두 번째 달에는 오크 친화력이 좋은 샤도네이를 나라별로 마셔봤었죠. 책으로만 배웠던 샤도네이의 오크 친화력과 양조자들이 만들어 낸 개성있고, 다양한 모습에 역시나 감탄을 금치 못했었구요. 이처럼 평소에 하나, 둘씩 개별적으로 마셔보는 와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비교..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루 뒤몽은 레이블에 '天地人'을 새겨 넣었죠. 이게 수출용 와인에만 쓰는 레이블이라네요.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는 이 와인이 전설의 와인 평론가인 '칸자키 유타카'의 와인 철학을 설명하는 에피소드로 소개가 되었죠. '와인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든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단박에 깨달음을 주는 창의적인 말도 아닌 사실 좀 간지러운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테이스팅 세션에서는 만화 '신의 물방울' 작가인 '타다시 아기(Tadashi Agi)'의 간지러운 말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총 8개의 샤도네이.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열매 맺은 같은 종의 포도가 양조자의 철학과 혹은 시장의 니즈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개별 와인으로 탄생되는가에 대한 공부라..
초등학교 때 백일장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 운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었다. 꽤 큰 대회였고, 대상은 교육감상이었는데 수상식도 화려해서 수상자들이 아주 큰 강당에서 수상식을 한 번 하고, 학교 조회 시간 때 구령대에서 상을 또 받고 그랬었다. 당시 상을 받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너무 엉뚱했다. 대상은 운문과 산문을 합한 최고의 상이었는데 수상작이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쓴 단 2행짜리 시라는 점이었다. 내 시는 기억도 안 나는데 대상작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엄청난 충격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잠깐 소개해 보면, 무엇을 써야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아 연필만 꼭꼭 씹고 있다. 요렇게 달랑 두 줄이었다. 대상 작품이 발표가 난 후 어찌나 화가 났던지 어린 마음에 혹시 이 대..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의 만남은 언제나 진리이지요. 아파 죽겠어서 침대와 일체된 사람에게 가장 많이 묻는 문병자들의 질문은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이듯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인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물론 뒤에 따르는 잉여 양분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문제. 특히나 제게 와인은 맛있는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고백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좋은 고기를 먹을 때에는 레드 와인이 생각이 나고, 좋은 해산물을 먹을 때에는 화이트 와인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부터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는 일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좋은 고기에는 레드 와인.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갑니다. 흥겹게 먹고, 마십니다. 그러면.. 운전은 누가 합니까? 운전은 소가 합니까? 소는 이미 와인과 XOXO..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요상도 하여 자꾸자꾸 센놈을 찾고 싶어하는가 봅니다. 누가 더 세냐, 누가 더 멋지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되다가 나중에는 '종.결.자.' 라는 이름으로 마침표를 찍었나 싶으면 종결자가 또 자꾸자꾸 나타납니다. 종결이 안 되나 봅니다. 뭔 놈의 종결자가 그리도 많은지... 슈퍼맨과 배트맨이 그들의 적과 열심히 싸우는 걸 보고나서는 생각합니다. 슈퍼맨이랑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겨? 1 대 다수와 싸워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람보와 코만도. 분명 초행길일 수풀이 우거진 정글에서 네비게이션도 없이 잘도 적의 위치를 찾아내고, 그들의 총알은 절대 떨어지지도 않지만 우리는 문득 생각합니다. 람보랑 코만도가 싸우면 누가 이겨? 라이벌 대결은 태평양 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