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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프랑스 와인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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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에 열린 테이스팅 세션의 주제는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일 시음에는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주최자의 친절한 배려로 작은 비커에 보관한 와인을 다음 날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필립 파칼레를 포함한 8개의 와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와인이 바로 클로 시라 레온입니다. 다른 테이스팅세션 패널분들도 이 와인에 높은 점수를 주셨더군요. 평균 95점을 받아 1등을 차지했습니다. 연한 핑크색 바탕에 꽃이 그려져 있는 예쁜 레이블이 먼저 눈에 띄는데, 포도원 주변의 붉은 토양, 꽃과 관목(garrigues)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와인메이커이자 오너인 마리엔 소리아(Marlène Soria)는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일하다가 1973년 남편과 함께 프랑스 남부..
며칠 전 모임에 2006 라스또 레자드레(Rasteau Les Adres)를 몇 병 들고 나간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한국 음식과 같이 마시기 때문에 나름 고민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들 와인을 좋아 했고 음식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인병 바닥에 남는 찌꺼기였습니다. 대부분의 자연주의 와인들에 찌꺼기가 남는 것은 당연합니다. 병입 전에 필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와인은 정도가 심했습니다. 제 와인 잔에 마지막 잔을 채웠을 때 바닥에 깔리는 찌꺼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찌꺼기에 익숙한 저도 조금 당황할 정도 였습니다. 참석한 다른 지인들에게 마지막 잔에 남는 찌꺼기가 자연주의 와인의 증거라고 설명은 했지만 과연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연주의를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가 없습..
아직 황사가 오기 전인데 공기 중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여러 날 있었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추운 겨울에 급격히 온도가 오르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네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지난 주 화요일, 수요일에 산에 다녀오고 난 뒤에 목이 컬컬하더니 편도가 부었습니다. 먼지를 많이 먹고 나면 삼겹살 먹어야 한다고 그러잖아요.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를 하도 들어서 그런가 삼겹살 생각이... 사실 전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삼겹살을 먹는 걸 보면 저걸 맛있어서 먹는 걸까, 아니면 회식 때 하도 먹어 익숙한 맛이라서 먹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그런데 청도 미나리가 있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지금 마트에 가면 청도 미나리를 팔고 있어요. 향이 좋고, 연해서 생으..
샴페인 방식으로 스파클링 로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식이 블렌딩(blending)입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 베이스 와인을 만들고 이를 와인병에서 2차 발효를 시켜 버블을 만듭니다. 또 다른 방식은 블리딩(bleeding) 입니다. 레드 그레이프를 살짝 크러싱해서 흘러나오는 쥬스(free run juice)로 로제 와인을 만들어서 이를 베이스 와인으로 2차 발효시켜 버블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생산 효율이 낮기 때문에 일부 고급 로제 샴페인만이 이 블리딩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르 물랭 브뤼트(Le Moulin Brut)'가 희귀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보편적이지 않은 블리딩 방식을 채택하..
어느 날 손님이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와서는 어울리는 음식을 부탁하였습니다. 갑작스런 부탁에 당황했더랬죠. 와인의 이름부터 살펴보았습니다. 포이악 출신의 샤또 끄루아제 바쥬(Chateau Croizet Bages)였습니다. 그랑 크뤼 5등급으로 분류된 나름의 명품와인이었죠. 포이악 하면 사실 양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양들이 뜯어먹는 풀에 소금기를 뿌려주고, 짭쪼름한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양으로부터 얻은 고기는 너무 맛이 좋아서 프레살레(Pre sale)라는 별명이 붙여지게 되죠. '프레'는 '미리'라는 뜻이고 '살레'는 '소금을 뿌리다'라는 뜻입니다. 미리 소금을 뿌렸다는 프레살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고기가 있었다면 뭔가를 만들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날 냉장고엔 양..
흔히들 동장군이 봄을 시샘한다는 꽃샘 추위가 올 것 같은 때 입니다. 안개와 미세 먼지. 이제 곧이어 올 황사로 봄은 궂은 시련을 앞세운 후에야 잠깐 왔다 가겠지요. 잠깐 중에도 종종 비와 찬 바람을 시녀처럼 대동하고 새침하게 굴 것입니다. 못된 아가씨 비위 맞춰주다간 그야말로 짧은 봄날을 즐기지도 못한 채 훌쩍 시간만 보내버릴 수 있으니 차게 부는 사람에는 가볍게 날리는 맛이 있는 샬랄라한 스카프로 대응하고 흐린 하늘과 탁한 공기에는 향긋한 봄나물로 이겨낼 생각입니다. 아마도 저의 봄타령은 한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 봅니다. 일요일의 와인은 라로쉬 비오니에 뱅 드 페이 독(Laroche Viognier Vin de Pays d'Oc) 2010입니다. 비오니에를 떠올리면 의도하지 않아도 노..
부르고뉴 블랑(Bourgogne Blanc)은 부르고뉴 지방 어느 곳에서나 생산되는 포도를 사용해서 만드는 엔트리 레벨 와인입니다. 그러나 레세띠(Les Setilles)는 쁄리니 몽라쉐(Puligny Montrachet)와 뫼르소(Meursault) 마을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만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부르고뉴 블랑에 비해 높은 품질의 와인입니다. 실제로 테이스팅하면 향이 진하고 복잡하며 입안에서도 프레미엄 와인이 갖고 있는 우아함과 밸런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오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와인으로 부르고뉴 샤도네이로서는 바디감이 무겁지 않고 상큼함이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입안에 한 모금 머금으면 바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입맛이 도는 매력이 있습니다. 봄날에 나른할 때 후각과 미각 세포를 깨우..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요리 중에서 생선초밥은 가장 사랑받는 음식일 겁니다. 생선을 좋아하는 분치고 생선초밥을 싫어하는 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새콤달콤한 촛물을 버무리고 여기에 매콤한 와사비를 바른 생선을 얹은 생선초밥은 참으로 매력적인 음식이지요. 비싸서 탈이지만… 아주 예전에는 일식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생선초밥이었는데 어느 샌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동 체인점과 마트에서 초밥을 맛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심지어 포장마차나 트럭에서도 초밥을 파는 시대가 되었지요. 물론 맛은 별로입니다만 그만큼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식엔 보통 일본식 청주, 즉 사케를 함께 마시기 마련인데 저는 이 조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 이집트 어느 강가 수풀 속에 숨어서 매서운 눈으로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는 두 젊은이가 있었으니 모세스와 람세스였다. 이 두 친구는 조심스럽게 눈빛을 주고 받으며 목표물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거위를 덮쳤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위를 잡은 모세스와 람세스는 털을 뽑고 피를 빼더니 기이하게 비대해진 간을 꺼내고는 흡족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요맘때 잡은 거위의 간은 유달리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거위 간 매니아가 된 두 친구였다. 거위는 이동할 계절이 되면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어서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간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하는데, 이렇게 지방이 축적된 간을 프아 그라라고 부른다...
꽁드리외(Condrieu)는 아주 특별한 와인입니다. 우선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량이 워낙 작기 때문이죠. 그런데 더욱 특별한 것은 그 향기입니다. 어떻게 이런 와인이 있을 수 있을까 놀라게 만드는 와인입니다. 꽃 향기가 얼마나 강한지 마치 향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짙게 화장한 여인을 느낍니다. 그 독특한 향은 꽁드리외의 품종인 비오니에(Viognier)에서 나옵니다. 비오니에가 북부 론에서만 재배되는 품종은 아닙니다. 남부 프랑스에서도 재배되고 신대륙에서도 재배되는 품종이죠. 그러나 특유의 향을 내는 특별한 와인은 꽁드리외 말고는 찾기 힘듭니다. 꽁드리외는 꼬뜨 로띠(Cote Rotie)와 더불어 북부 론의 명품와인입니다. 1980년대 이후에 주목을 받고 세계적인 명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