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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날이 덥습니다. 얼마 전에 초복이었죠? 여름철 보양을 위한 음식을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장어구이를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장어구이에 복분자주처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어구이에 곁들일 와인을 고를 땐 애로사항이 꽃 피죠 여기 복분자주처럼 단 과일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이 있습니다. 그르나슈와 템프라니요를 100% 탄산침용발효(carbonic maceration)해서 만드는 와인이죠. 그동안 가메(gamay)를 탄산침용발효해서 만드는 보졸레는 있었어도 그르나슈와 템프라니요를 오로지 탄산침용발효만 써서 만드는 와인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와인 생산자는 세상에 있지 않은 와인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31 데 노비엠브레(31 de Noviembre)', 우리 말로..
타우라지 DOCG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입니다. 다른 많은 이탈리아 와인 생산지처럼 이 지역도 그리스와 로마의 영향 아래 생겨난 곳이지요. 그 기원은 BC 8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항구도시인 나폴리에서 북동쪽으로 50km 지점에 있는 아벨리노(Avellino) 언덕에 포도원이 있으며, 캄포르 타우라지는 이곳의 토착 품종인 아글리아니코(Aglianico)로 만들어집니다. 포도원은 고도 400m에 있으며, 석회질의 이회토와 화산토, 석회석이 주토양으로 이곳에서 재배된 포도는 튼튼한 구조와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타우라지 와인은 최소 3년간 숙성해야 하는데 이 중 1년은 배럴에서 숙성해야만 출시할 수 있습니다. 타우라지 리제르바의 경우엔 최소 4..
스페인 바르셀로나로부터 5시간 정도 차로 달리면 발렌시아에 도달합니다. 이 지역에 보데가스 엔구에라(Bodegas Enguera)라는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일찌기 젊은 혈기에 재능까지 겸비한 스페인 최고의 와인 메이커 중 1인에 속하는 디에고(Diego)씨는 이곳 발렌시아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테루아(terroir)를 재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말 맛좋은 와인, 까냐다 네그라(Canada Negra)를 만들어 냅니다. 지중해쪽 와이너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헝가리산 오크를 주로 사용함으로써 산미는 낮아지고 과실향은 풍부해지도록 했습니다. 템프라니요에 시라를 블렌딩하여 복합성을 겸비한 지중해풍의 와인, 까냐다 네그라. 간만에 아주 진하고 잘 익은 포도송이를 한 입 가득 베어문 기분 ..
6월에 순천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때가 때이니만큼 이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하모 유비끼를 먹으러 여수에 들렀지요. 4월에서 11월에만 먹을 수 있는 갯장어를 육수에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을 하모 유비끼라고 합니다. 보들거리는 식감과 담백한 맛. 바다를 옆에 두고 낙조를 감상하며 즐기는 저녁 한 상.갯장어의 식감을 해치지 않을 부드러운 질감과 과하지 않은 향을 지닌 와인이 있으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샤도네이. 이제껏 마셔 본 와인들의 시음기를 훑어보다가 이 와인이면 하모 유비끼랑 잘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레몬, 사과를 비롯한 감귤류의 향이 만들어내는 산미와 더불어 느껴지는 미네랄리티로 샤블리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핸드픽트 샤도네이(Handpicked Ch..
제3회 열린와인스쿨이 7월 12일 저녁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이문동) 인문과학관 408호 강의장에서 열렸습니다.고려대학교 “KU-Sommelier”와 한국외국어대학교 “HUFS Assemblage”, 그리고 숭실대학교 “Ambrosia”로 구성된 3개 대학 동아리 연합체인 대학생와인동아리연합 회원 26명을 대상으로 방문송 선생님이 “오감으로 즐기는 와인”이라는 주제로 와인 강의를 해주셨죠. 또한 와인 회사 살롱 뒤 뱅(Salon du Vin)이 이 행사에 함께 참여했습니다.대학생와인동아리연합은 각 대학의 와인 동아리 설립을 지원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대학 사회의 와인 문화 보급에 앞장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라고 합니다. 동아리 회원들이 그동안 자체적인 시음 모임을 통해 와인을 많이 접해왔겠지만..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탈리아인의 자존심은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와인에서도 또한 프랑스인에 비견되는 자존심을 지니고 있지요. 전통에 따라 이탈리아 와인은 당연히 이탈리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1968년 프랑스 포도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 등으로 만든 와인이 이탈리아에서 출시되었지요. 이탈리아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와인도 높은 등급을 받지 못했지요. 그런데 이 와인이 세계시장에 호평을 받으며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테누타 산 귀도에서 만든, 그 유명한 사시까이야입니다. 그리고 75년 안티노리가 이탈리아 포도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까베르네 쇼비뇽을 섞은 티냐넬로를 만들었지요. '슈퍼 투스칸'이라고 불리는 두 ..
부브레(Vouvray)는 투렌 지역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수확연도와 양조 방법에 따라 드라이, 미디엄, 스위트의 다양한 스타일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메종 마크 브레디프는 1893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와이너리로 1980년 루아르의 거장 라두쎄씨에 의해서 다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오랜 숙성을 통해 드미 섹의 스위트한 느낌과 훌륭한 산미가 오래 숙성된 화이트 와인이지만 아주 신선한 느낌을 주었고, 실제로 부브레 슈냉 블랑은 와인 타입에 따라 10년 이상 보관되어도 훌륭한 맛을 보여주기도 합니다.와인은 숙성되면 꿀과 같이 농축된 맛과 아몬드, 절인 과일 등의 향을 지니지만 어릴 때는 살구와 꽃 향을 비롯한 풍부한 미네랄리티가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국내에도 몇몇..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몸 쓰는 걸 잘하는 사람은 머리 쓰는 일을, 머리 쓰는 걸 잘하는 사람은 몸 쓰는 일이 서툴기 마련이죠. 물론 만능형 인간도 있지만 전체 인구 중에 몇 %나 되겠습니까? 와이너리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레드 와인을 잘 만들면 화이트가 딸리고, 화이트를 잘 만들면 레드가 딸리고. 화이트 와인이 좋은 와이너리에 가서 레드 와인 찾고, 레드 와인이 좋은 와이너리 가서 화이트 와인 찾으면 센스 없는 일이겠죠?토후(Tohu) 와이너리의 와인은 국내에 피노 누아와 쇼비뇽 블랑 와인이 들어와 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답게 쇼비뇽 블랑은 꽤 좋습니다. 구즈베리와 그레이프 후르츠, 마카다미아, 올리브, 아스파라거스, 린덴 꽃 향기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졌고, 강렬한 산미와 진한 녹..
현존하는 최고의 셀러브리티 커플인 졸리-피트 부부는 2008년에 자그마치 $60 million이라는 거금을 들여 프랑스 남부의 샤토 미라발을 사들였습니다. 미라발은 500헥타르에 이르는 개인 소유의 땅으로 프로방스의 중심부에 있으며, 유기농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햇살이 밝게 비추는 따뜻한 오후와 서늘한 밤의 일교차 속에서 고도 350미터의 포도밭에서 자라난 포도나무는 산뜻한 산도와 풍부한 풍미가 있는 와인을 만들어냅니다.샤토 미라발 코트 드 프로방스 로제는 샤토 보카스텔의 오너 페랑(Perrin)과 졸리-피트가 손잡고 처음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처음 6,000병이 출시되자마자 5시간 만에 완판이 되었다고 하는군요.졸리-피트(Jolie-Pitts) 로제라고도 불리는 이 와인은 돔 뤼나르 샴페인과 ..
상식적으로 와인(wine)은 포도로 빚은 발효주를 말하지만, 포도로만 와인을 빚을 수 있는건 아닙니다. 효모가 먹고 살 수 있는 충분한 당분한 있다면 다른 과일로도 술을 빚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뿌아레(poire)라는 와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까망베르(camembert) 치즈와 사과술, 시드르(cidre)로 유명한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Normandie) 지방에서 생산되는 뿌아레(poiré)는 이름 그대로 뿌아르(배)를 주재료로 사용합니다. 자연발효된 14가지 종류의 농익은 배가 선사하는 달콤한 과즙과 함께, 작지만 센 거품 폭탄이 입안 여기저기서 터집니다. 폭발의 여운인걸까요? 뒤이어 복숭아와 사과 풍미가 피어오르고, 마지막엔 미네랄 풍미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그냥 마셔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