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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 와이너리를 찾았습니다. 땅덩이가 워낙 넓은데다 소규모 재배농가들은 구석구석 숨어있기에 어렵사리 찾은 레드카 와이너리(Red Car Winery)~ 미팅 시간이 10분정도 지났지만 친절히 맞아 주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처음이라며 신기해 하더라구요^^레드카 와이너리는 조니뎁이 출연한 영화를 비롯해 여러 헐리우드 영화의 각본을 담당했던 마크와 필름 디렉터가 힘을 합쳐 만든 소규모 와이너리 입니다. 지금도 비가 오고 있는 소노마 코스트의 슬로프 지역은 서늘한 기후라는 특성 때문에 고품질의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가 많이 생산되는데요, 레드 카 소유의 포도밭은 오베르 뒤몰 셰엠과 같은 유명 포도밭과 함께 합니다. 피노 누아는 생산량 조절과 재사용된 프렌치 오크, 낮은 알콜이라는 특징은 부르..
날이 덥습니다. 요 며칠 비가 오면서 날이 흐려져 더위가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습한 기운과 함께 강렬한 햇빛이 사정 없이 내리쬐겠죠? 이럴 때는 입맛도 떨어지고 쉽고, 뭔가 시원하면서 새콤한 것을 마시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와인은 참 신 술입니다. 곡물을 사용한 술도 발효 도중에 산미가 우러나오긴 하지만, 와인은 애초에 원재료인 포도 안에 산미가 잔뜩 들어있어 신맛이 있어서는 다른 술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렇게 신맛 나는 와인을 차갑게 해서 마시면 짜릿한 느낌과 함께 입안에 침이 고이면서 갈증이 가시고 더위도 조금은 극복할 수 있죠.신맛이 나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라면 부르고뉴의 샤블리 와인이나 뉴질랜드의 쇼비뇽 블랑 와인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때론 지겹다고 느껴질 때도 있..
플럼턴 컬리지(Plumpton College)는 영국 남부 브라이튼의 서섹스에 있는 대학입니다. 농업, 원예학, 동물 보호, 수의학, 삼림학, 수목재배학 등 자연과 관련된 다양한 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이 학교에는 여러 한국분들도 와인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영국에 있을 때 이 학교의 플럼턴 에스테이트에서 운영하는 단기 와인양조 과정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직접 빈야드로 나가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병입하고, 레이블을 붙여 와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제가 만들어본 와인이 플럼턴 에스테이트 클라우디 릿지입니다. 이 와인은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되는 품종인 라이헨스타이너(Reichensteiner), 세이발(Seyval), 바커스(Bacchus)..
개인적으로 '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디올에서 출시한 향수 자도르(J'adore)가 있습니다. '나는 좋아한다'라는 의미인데요, 무엇을 좋아한다는 걸까요? 자도르 뒤에는 황금을 뜻하는 목적어 오르(or)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즉, 나는 황금을 좋아한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죠. 반면에 '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르헨티나(Argentina)입니다. '은'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르젠툼(argentum)이라는 단어에서 나라 이름이 기원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은광산이 존재한다는 헛소문을 듣고 찾아온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었지요. 비록 은광산은 없었지만, 안데스 산맥을 끼고 있는 무공해 청정지역인 멘도사는 와인 생산지로 최적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바로 이곳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방의 투풍..
 날도 점점 더워지니 장마 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여름 김치를 담가야겠다는 생각에 얼갈이 김치와 열무 김치를 담갔습니다. 더운 계절에는 불 앞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일이 고역이지요. 날씨 덕에 부실해지는 식탁의 구원자는 시원하고, 알싸한 여름 물김치. 찬 밥을 말아서 혹은 소면을 말아서 슬쩍 육수를 얼린 얼음을 동동 띄워 먹으면 간편하고 시원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빌라 클라라(Villa Clara)를 시음했을 때 함께 시음했던 엄경자, 조수민 두 소믈리에와 방문송 선생님은 크리스피한 버블에 대한 인상을 제일로 손꼽았으며, 조수민 소믈리에의 경우에는 우수한 청량감에 대한 소감도 이야기를 했답니다. 더운 여름철, 조잘거리는 수다와 함께 카바의 바작거리는 버블과 청량감이 앞으로 더해질 무더위..
오늘 소개하는 와인은 보르도의 아주 작은 아뻴라시온인 까농 프론삭(Canon Fronsac)의 와인입니다. 프론삭/까농 프론삭 지역은 생떼밀리온과 인접한 보르도 우안 지역인데, 18, 19세기까지는 보르도에서 높은 성가를 누렸으나 불행히도 지금은 메독과 생떼밀리온에 묻혀 일부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나 좀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저도 그동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까농 프로삭을 방문하고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보르도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보르도 하고는 너무 다른 곳이었습니다. 우선 경치가 달랐습니다. 편평한 메독 지역과 달리 언덕들이 많고 힐사이드에 포도밭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유사한 곳을 생각해보니 투스카니 지역의 구릉이 떠올랐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아주 작은 패밀..
금요일 그 남자 입니다. 오늘 소개 드릴 와인은 템프라니오의 장인이라 불리는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즈(Alejandro Fernandez)의 뻬스께라(Pesquera)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 와인이 바로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즈의 하자와 뻬스께라입니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을 때 데일리로 쉽게 마실 수 있는 가격은 아닌 것이 아쉽지만 마실 때마다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와인입니다.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즈는 스페인의 두에로 강변을 돌아다니다 자갈과 점토 석고로 구성된 토양을 지닌 비탈길을 발견합니다. 그리곤 매우 기뻐합니다. 바로 스페인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오 생산의 최적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강변의 비탈길을 매입하기 시작합니다. 개인 소유주들이었지요.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1989년 그..
그라빠(Grappa)는 와인을 만들고 난 후 남은 찌꺼기인 뽐마체(Pomace), 또는 마르크(Marc)를 발효시킨 후 그것을 다시 증류시켜 만든 술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그 붐을 이루다가 1970년대부터 소비가 급감하기 시작했는데 이유인 즉, 포도 압착 기술의 발달로 인해 포도즙을 완전히 짜내어 뽐마체의 질이 대폭 하향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몇몇 업체에서 단일품종 그라파를 출품 했고 양조방식 개선과 함께 품질 향상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지금의 그라빠와 같은 좋은 퀄리티의 식후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라빠는 이탈리아 전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대와 종류도 천차만별이지만 크게 띠삐까 그라파(혼합종 사용)와 모노비띠뇨 그라파(단일 품종 사용)으로 나눌수 있..
여름이 다가올수록 술을 멀리하게 됩니다. 알코올이 몸에서 열이 나도록 만들기 때문에 더 더워지거든요. 그래서 여름에 찾는 술은 맥주 정도? 아니면 차게 얼린 소주 정도겠죠. 와인의 경우엔 스파클링 와인 정도일 겁니다. 유럽에서는 화이트나 로제도 많이 마시겠지만, 아직 와인이 완전히 대중화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여름에 화이트 와인을 드시는 분조차 드문 편이죠.여름에 끌리는 음식이라면 역시 찬 음식. 면 종류는 냉면이나 모밀국수겠고, 마실 것이라면 냉커피와 냉홍차가 인기입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아이스크림을 빼놓을 순 없겠죠. 아이스크림을 드실 때 그냥 먹기 보다는 위에 간단한 토핑을 얹으면 맛이 배가됩니다. 아몬드 칩이나 과자 칩, 또는 진한 커피 소스나 딸기 소스 등을 얹어 먹으면 좋고, 체리나 딸기 ..
프티트 아빈(Petite Arvine)은 스위스 서남부의 발레(Valais)에서 생산되는 토착 품종으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 지역에서 재배해 왔던 아주 오래된 청포도 품종입니다. 올해 2월 멘도사에서 있었던 아르헨티나 와인 어워드에 참석하여 처음 이 와인을 마셔보았습니다. 5일간의 와인 심사 마지막 날 "Next Generation"이란 주제로 각 나라 대표들이 선정한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이 와인은 스위스 대표가 소개한 와인이었는데 예사롭지 않은 와인 품질에 깜짝 놀랐습니다.향기로운 꽃 향과 산뜻한 자몽, 잘 익은 복숭아와 멜론의 진한 풍미는 좋은 리슬링이나 샤르도네에서 느낄 수 있는 특성을 섞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상쾌한 산도와 미네랄 풍미가 더해져 한층 와인의 풍미를 더해주고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