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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산지를 와인 등급이나 분류로 삼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와인의 등급을 포도의 당도로 분류합니다. 수확할 때 포도 열매의 당도가 높을수록 와인 품질이 높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프라디카츠바인(Pradikatswein)이라 불리는 품질 등급이 바로 포도 열매의 성숙도에 좌우되는 것이죠. 가장 낮은 등급은 라이트 바디에 섬세한 풍미가 나는 카비넷(Kabinett) 와인입니다. 늦은 수확이라는 뜻인 슈페트레제(Spatlese) 등급 와인은 좀 더 익은 포도 열매로 만든 와인으로 맛이 더 풍부합니다. 아우슬레제(Auslese) 와인은 이 중 더 잘 성숙한 송이만을 골라 만듭니다. 때때로 귀부병(noble rot)에 걸린 포도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다음 등급인 베렌아우슬레제(Beere..
2007년산 보르도 아뻴라시옹의 깔베 리저브 보르도 화이트(Calvet Reserve Bordeaux Blanc)는 소비뇽 블랑 75%에 소비뇽 그리와 세미용이 약간씩 섞여있는, 노란색이 가볍게 감도는 신선한 느낌의 화이트와인입니다. 꽃향기가 그윽하게 나며 덜 익은 풋과일 풍미와 스위트 스파이스향이 어우러져 복잡미묘한 아로마를 보여주는데요, 하얀 돌맹이를 혀에 문댄 듯한 밍밍한 미네랄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 와인은 해산물을 이용한 에피타이져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새우와 오징어 등을 곱게 다져서 속재료를 만들고 춘권피에 싸서 살짝 튀긴 라비올리와 콩을 곁들여 끓인 라구(Rgout)소스를 곁들입니다. 라구소스는 흔히 볼로네즈 소스라고 부르는 토마토가 들어간 미트소스를 말합니다. 해산물과 상큼 담백한 소스..
이번 목포 여행에서 홍어와 레알 테소로 피노 쉐리(Real Tesoro Fino Sherry)를 매칭해보는 경험을 갖게 됐습니다. 유달산 정상에서 우연히 만난 목포 토박이의 추천을 받은 홍어집. 단골 손님의 소개로 온 관광객에게 잘 삭은 홍어를 내주었는데 그 독특한 냄새는 쉐리와 어떻게 맞을지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쉐리가 잔에 따라지고 새콤한 향과 함께 맡아지는 쉐리 특유의 향은 입에 침이 돌게 했습니다. 반짝거리는 황금빛 컬러와 높은 산도와 꿀 향 같기도, 견과류 향 같기도, 과일 향 같기도 한 향이 코를 간질이다가 한 모금 입 안에 머금었을 때에 느껴지는 후끈한 알콜 기운, 단맛과 구수한 맛이 도는 것 같다가 입술 안쪽에 남는 짭쪼레한 맛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상쾌하고, 깔끔하고, 가벼운..
남반구에서는 포도 수확철이 봄이므로 한가한 가을에 칠레와 호주의 와인 양조가들은 남부 프랑스나 이탈리아, 동유럽에서 와인 양조 일을 하곤 합니다. 이로 인해 저렴한 가격의 훌륭한 와인이 늘어났지요. 이들을 ‘플라잉 와인 메이커’라 부르며 미쉘 로랑(Michel Rolland)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러한 와인 생산 기술의 세계적인 이전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술 이전을 통해 기술 수준의 향상을 꾀할 수 있었던 반면, 특정 와인 기술의 세계적 유포가 와인을 획일화시킨다는 우려도 낳았습니다. 그 결과 와인의 개성, 즉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지요. 스타 엔젤(Star Angel)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와인이라 불리우는 칠레의 몬테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진출하여 야심 차게 만든 와인입니다..
“미국에는 샴페인이 없다!” 샹파뉴의 샴페인을 너무나 사랑했던 잭(Jack)과 제이미 데이비스는 1965년 미국에서 최초로 샹파뉴의 샴페인과 대결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샹파뉴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야 된다. 병숙성 등 양조방식과 품종은 물론 떼루아도 샹파뉴를 넘어야 한다." 프랑스가 아닌 곳에서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이 물론 존재합니다. 스페인의 까바가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까바는 일반적으로 병숙성 기간이 샴페인보다 적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을 만드는 품종이 다르지요. 제이미 데이비스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사용하여 미국 최초로 나파 밸리에서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의 블랑 드 블랑과 블랑 드 누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 퀄리티는 너무나 뛰어나서 ..
보데가스 후한 길(Bodegas Juan Gil)의 역사는 1916년부터 시작됩니다. 후안 길(Juan Gil)은 현재 모나스트렐(Monastrell)을 주품종으로 하여 4가지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후미야(Jumilla) 지역 와이너리 중 모나스트렐(Monastrell)의 성격을 와인에 가장 잘 반영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와이너리라 생각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올드 바인(old vine, 40년 이상)을 가지고 만드는 실버 라벨(Sliver label)은 전통적인 느낌과 모던함의 발란스가 매우 좋습니다.와인너리를 살펴보면 빈야드는 데 세레조(De Cerezo) 산을 뒤로 하며 지중해를 바라보는 최적의 와인 생산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토양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인 키안티(Chianti)는 레드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원래 키안티 지방에서 만들었던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레드 와인 생산이 늘어났고, 18세기가 되면 키안티는 당연히 레드 와인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죠. 그러나 이 당시의 와인은 오늘날의 키안티와 맛과 향이 좀 달랐다고 합니다. 주로 사용한 포도도 까나이올로(Canaiolo)라는 품종이었죠. 그러던 중 이탈리아 총리를 지내기도 했던 바론 리카솔리(Baron Ricasoli)경이 오랜 연구 끝에 1872년 새로운 스타일의 키안티 와인을 개발합니다. 그가 만든 키안티 와인은 70%의 산지오베제에 15%의 까나이올로를 넣고, 청포도인 말바지아와 5%의 지역 토착 품종을 넣은 것이었죠. 그후 몇 차례 블렌..
프랑스 보르도에서 17세기부터 5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는 와인 생산자 라피트 로쉴드 가문은 그들의 와인 열정을 보르도를 넘어서 세계 여러 산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1988년 아르헨티나의 카테나(Catena) 패밀리와 손잡고 그 첫 작품으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완벽한 만남을 뜻하면서 카베르네 소비뇽와 말벡의 하모니를 표현한 와인인 카로(CARO)를 매우 제한된 양으로 생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첫 빈티지가 2000년인 카로의 이름은 카테나 패밀리(Catena Family)의 앞글자 "CA"와 로쉴드(Rothschild)가의 앞글자 “RO"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죠. 카로(CARO)의 성공에 힘입어 2003년 또 하나의 프리미엄 와인이 뒤를 이어 출시되는데, 이것이 바로 아망카야(..
르 자자(Le jaja)의 레이블을 처음 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얼마 전 영화관에서 본 '화이'의 포스터 그림이었습니다. 사람의 형상에 뿌리가 합쳐진, 어찌보면 오싹하고 괴기스럽기까지한 그 이미지가 오버랩되면서 문득 든 생각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뿌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 뿌리를 무시하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르 자자는 프랑스 동쪽 사부아(Savoie)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입니다. 흔하지 않은 품종 자께르(Jacquere)를 사용하여 양조하는데, 자자(jaja)라는 이름은 자께르(jacquere)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 와인은 상대적으로 단순할지 모르겠지만 사용한 품종인 자께르를 그대로 표현해주는 특성을 보..
보졸레는 보졸레 누보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랐지만 어느 해부터 갑자기 가을이 되면, 가깝게는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제과점, 백화점, 마트 할 것 없이 보졸레 누보의 판매일을 광고하면서 마치 보졸레 누보를 마시지 않으면 한 해를 제대로 정리할 수 없는 것인양 들썩거렸었죠. 보졸레 누보 판매일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연말 모임이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유행도 다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 후 보졸레 누보의 거품 같은 열풍도 꺼져버리고, 한참 뒤에 와인 공부를 하면서 보졸레에는 포도 쥬스 같은 누보 뿐만 아니라 적절하게 숙성시켜서 요소들을(?) 갖춘 와인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마을의 이름을 내건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