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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블랑(Bourgogne Blanc)은 부르고뉴 지방 어느 곳에서나 생산되는 포도를 사용해서 만드는 엔트리 레벨 와인입니다. 그러나 레세띠(Les Setilles)는 쁄리니 몽라쉐(Puligny Montrachet)와 뫼르소(Meursault) 마을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만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부르고뉴 블랑에 비해 높은 품질의 와인입니다. 실제로 테이스팅하면 향이 진하고 복잡하며 입안에서도 프레미엄 와인이 갖고 있는 우아함과 밸런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오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와인으로 부르고뉴 샤도네이로서는 바디감이 무겁지 않고 상큼함이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입안에 한 모금 머금으면 바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입맛이 도는 매력이 있습니다. 봄날에 나른할 때 후각과 미각 세포를 깨우..
9월에 수확한 포도를 4개월 정도 대나무나 지푸라기 위에서 말립니다. 수분이 날라가 무게가 40%가량 줄어든 건포도가 되죠. 1월경 이 건포도를 발효하여 만드는 와인을 사람들은 '아마로네'라 부르고, 이탈리아의 4대 와인이라고 칭송합니다. 아마로네는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네토의 발포리첼라라는 지역에서 생산하며, 건포도의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진하고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2점을 받은 토마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Tommas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에서는 검붉은 체리향과 코코넛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르비나·론디넬라·모디나라 등 토착 품종으로 만들며, 16도 이상의 높은 알콜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기..
일하다 보면 종종 남탕(?) 테이블에서 샴페인을 주문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별 고민 하지 않고 기본적인 M사의 샴페인을 주문 하시는데요! 그럴 때 저는 업셀링을 합니다. "M사의 샴페인은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자주 드셔 보셨을 텐데요, 오늘은 특별하게 새로운 샴페인은 어떠시냐?"며 풀어 나가는 와인이 바로 프랑스와즈 베델 엉트레 씨엘 에 떼레(Francoise Bedel Entre Ciel et Terre )입니다. 프랑스와즈 베델은 작은 규모의 샴페인 하우스(RM)로 가족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유기농법을 사용하여 최상급 품질의 포도만을 선별 양조하기 때문에 매니아층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하우스인데요, 특히 "하늘과 땅 사이에"라는 이름의 엉트레 에 떼레는 피노뫼니에 80% 피노누아 20%..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요리 중에서 생선초밥은 가장 사랑받는 음식일 겁니다. 생선을 좋아하는 분치고 생선초밥을 싫어하는 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새콤달콤한 촛물을 버무리고 여기에 매콤한 와사비를 바른 생선을 얹은 생선초밥은 참으로 매력적인 음식이지요. 비싸서 탈이지만… 아주 예전에는 일식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생선초밥이었는데 어느 샌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동 체인점과 마트에서 초밥을 맛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심지어 포장마차나 트럭에서도 초밥을 파는 시대가 되었지요. 물론 맛은 별로입니다만 그만큼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식엔 보통 일본식 청주, 즉 사케를 함께 마시기 마련인데 저는 이 조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아르헨티나의 와인중심지인 멘도사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두 시간 정도 가면 아르헨티나의 카우보이 가우초(gaucho)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어 볼거리가 많은 도시 살타가 나타납니다. 살타에서 다시 남쪽으로 183km, 차로 네 시간 정도 더 가면 카파야테가 나옵니다. 카파야테는 약 만 명 정도 인구의 작은 도시지만 멘도사 다음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차로 칼차키에스(Calchaquies) 밸리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창 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정말 멋집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들이 햇빛을 반사해서 만들어내는 색의 변화와 그림자들의 조화는 내가 초현실주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마치 달에 착륙한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하여 이 밸리를 Walking on the m..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 이집트 어느 강가 수풀 속에 숨어서 매서운 눈으로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는 두 젊은이가 있었으니 모세스와 람세스였다. 이 두 친구는 조심스럽게 눈빛을 주고 받으며 목표물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거위를 덮쳤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위를 잡은 모세스와 람세스는 털을 뽑고 피를 빼더니 기이하게 비대해진 간을 꺼내고는 흡족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요맘때 잡은 거위의 간은 유달리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거위 간 매니아가 된 두 친구였다. 거위는 이동할 계절이 되면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어서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간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하는데, 이렇게 지방이 축적된 간을 프아 그라라고 부른다...
3월입니다. 이제 곧 남쪽에서 매화를 시작으로 벗꽃과 목련에 이어 아카시아까지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겠지요. 햇빛이 따뜻하게 비춰지기도 하지만 바람은 차갑고, 언제 비가 올지도 모르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 만큼이나 봄꽃들도 예쁜 모습을 보는 것이 영 까다롭지가 않아요. 하룻밤 사이에 활짝 폈다가 바람이 한차례 세게 불거나 비라도 한 번 내렸다 하면 속절없이 떨어져버리고 말지요. 까탈스럽고, 조심스럽기로는 봄꽃 만한 것들도 없을 듯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아, 며칠 따뜻하더니 꽃이 피었구나!" 하면서 발견하는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따뜻한 햇살 속에서 쌀쌀한 바람이 부는 봄날에 얼굴이 작은 꽃들이 보송보송 피어나는 것 같은 와인이 있습니다. 실레니의 셀라 셀렉션 피노 누아(Sileni, Cellar Se..
꽁드리외(Condrieu)는 아주 특별한 와인입니다. 우선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량이 워낙 작기 때문이죠. 그런데 더욱 특별한 것은 그 향기입니다. 어떻게 이런 와인이 있을 수 있을까 놀라게 만드는 와인입니다. 꽃 향기가 얼마나 강한지 마치 향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짙게 화장한 여인을 느낍니다. 그 독특한 향은 꽁드리외의 품종인 비오니에(Viognier)에서 나옵니다. 비오니에가 북부 론에서만 재배되는 품종은 아닙니다. 남부 프랑스에서도 재배되고 신대륙에서도 재배되는 품종이죠. 그러나 특유의 향을 내는 특별한 와인은 꽁드리외 말고는 찾기 힘듭니다. 꽁드리외는 꼬뜨 로띠(Cote Rotie)와 더불어 북부 론의 명품와인입니다. 1980년대 이후에 주목을 받고 세계적인 명품이..
금요일 그남자입니다.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삼일절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와인이 있으니, 바로 독도와인 '799-805'입니다. '799-805'는 독도의 우편번호로,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의 치과의사인 안재현씨가 07년에 설립한 '독도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독도와인'은 미국의 컬트와인인 브라이언트 패밀리(Bryant Family)와 콜긴(Colgin) 사이에 위치한 곳에서 재배된 까베르네 소비뇽과 오크빌의 멜롯을 브랜딩하여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판매수익금의 10%를 독도관련 비영리 재단에 기부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독도와인의 출시를 앞둔 2011년 11월에 와인 수입사의 대표가 주미 일본대사관과 영사관에 와인을 한 상자 보냈다고 하는데요. 반년이 지난 201..
지난 달쯤 일본 소믈리에 분들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습니다. 역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말수가 적어지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은가 봅니다.^^ 5개의 루아르 와인 중 젤 마지막에 서브된 것은 도멘 유이(Domaine Huet)의 "오 리유(Le Haut-Lieu) 1997". 당시 숙성된 화이트에서 나오는 복합적인 향과 함께 꿀, 버섯, 미네랄, 잘 익은 열대과일의 풍부한 아로마가 피어오르던 것과 달리 드라이한 맛을 선보여 많은 소믈리에 들에게 혼란을 준 와인이었습니다. 단 두 명만이 부브레 슈냉블랑이라고 생각 했고, 나머지 소믈리에들은 고품질의 샤르도네나 피노그리로 착각했던 이 와인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발란스를 보여줬습니다. 도멘 유이는 부브레 지역에서 화학적인 제초제나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