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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도 언젠간 봄이 오기 마련인가 봅니다. 날씨가 날로 따뜻해지고 있죠? 봄을 알리는 전령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목련이 눈을 틔우고 개나리가 꽃 피울 채비를 하는 것이 보입니다. 얼음 풀린 개울 소리 들리는 가운데 돌 아래 송사리들도 헤엄치기 시작하죠. 개구리 역시 바야흐로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사절단의 일원입니다. 개구리하니 생각나는 와인이 있습니다. "신대륙의 모습을 가진 구대륙 와인"이란 모토 아래 와인을 만드는 '애로건트 프로그' 와이너리의 투티 푸르티 루즈(Arrogant Frog Tutti Frutti Rouge)죠. 청정지역에서 사는 개구리를 마스코트로 삼은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애로건트 프로그 와이너리는 친환경 농법을 사용해서 포도를 ..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네요. 와인품평회와 세미나 참석 등 바쁜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금은 와이너리 투어 2일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테이스팅한 와인만도 300여 종, 그 중 말벡이 200여 종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와인은 트리벤토 에올로 말벡(Trivento Eolo Malbec) 2009 와인입니다. 에올로는 바람을 통제한다는 '바람의 신(God of Wind)'이란 의미로 루한 데 쿠요(Luján de Cuyo)에 있는 멘도사 강 북부 강기슭의 아주 특별한 테루아를 가진 4.1ha의 작은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급 와인입니다. 1895년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이주한 후안 세스친(Juan Ceschin)이 1912년에 더블 기요법으로 포도나무를 심은 후 백년이란 긴..
호주에 상륙한 영국의 항해가이자 탐험가인 제임스 쿡 선장이 어느 날 귀를 쫑긋 세우고 깡총깡총 뛰어가는 신기하게 생긴 동물을 발견합니다. 난생 처음보는 동물에 제임스 쿡 선장은 궁금증이 일어 원주민에게 저 동물이 무엇이냐고 또박또박 천천히 영어로 물어봅니다. "왓 이즈 댓?" 어리둥절해 하는 원주민 얼굴을 쳐다보며 쿡 선장은 다시 한 번 천천히 묻습니다. "왓~~이즈~~댓~~?" 여전히 멍한 표정의 원주민은 이렇게 답합니다. "캥거루~" 그렇게 해서 그 신기하게 생긴 동물은 캥거루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캥거루라는 의미는 '나는 모른다'는 뜻의 토속어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동문서답이 빚어낸 캥거루와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호주산이며, 아마도 한 번쯤 드셔봤을 법한 대중적인 와인입니다...
저 일주일 후에 간사이 지방으로 2박 3일 여행을 가요. 촌스럽게도 여행 계획을 짜면서부터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인 이유는 고베의 빵과 생크림과 딸기가 든 오사카 도지마롤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동안 억제해 왔던 베이커리 류에 대한 욕망이 터지는 며칠이 되겠지요. 생크림, 딸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샴페인. 저는 그 중에서도 폴 로저 1999. 한 모금 마시자마자 위대한 유산에서 단추를 딱 한 개만 채운 초록색 블라우스를 입고 낭창하게 웃고 있는 기네스 펠트로가 떠오르는 와인입니다. 상큼한 과일 향과 고소한 견과류 향과 더불어 부드럽게 올라오는 이스트 향이 살랑거리며 다가옵니다. 생크림과 딸기. 그리고 샴페인의 매칭은 매우 고전적이라 신선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이것들..
샤또뇌프 뒤 빠쁘(Chateuaneuf du Pape)에 위치한 도멘 드 라 자나스는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딸이 모두 참여하여 와인을 만들고 있는 이들 사봉(Sabon) 패미리의 성공담에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꼬뜨 뒤 론, 꼬뜨 뒤 론 빌라주, 샤또 뇌프 뒤 빠쁘 와인 대부분이 파커의 90점대 스코어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2년전 도멘 라 자나스를 방문해서 꼬뜨 뒤 론 빌라주 와인인 떼르 다질르(Terre d'Agile)를 처음 접했습니다. 2009년 빈티지를 테이스팅했는데 놀랍게도 벌써 마시는데 전혀 저항감이 없었습니다. 향과 맛이 진한 풀바디 와인이었는데 두드러진..
금요일 그 남자 입니다. '토카이 아쥬'는 노블 롯(곰팡이)에 영향을 받은 포도라는 뜻입니다. 노블 롯에 영향을 받은 아쥬는 당분이 매우 풍부합니다. 당분이 풍부할 수록 같은 부피일 때 더 많은 무게가 나가겠죠. 토카이에서는 푸토니라는 바구니를 사용해서 수확을 합니다. 한 푸토니에는 20kg의 포도가 들어가는데 이것이 와인의 당분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3 푸토노스는 1리터당 60g의 잔당을, 4 푸토노스는 1리터당 90g의 잔당을, 5 푸토노스는 1리터당 120g의 잔당을, 6 푸토노스는 1리터당 150g의 잔당을 지니고 있습니다. 토카이는 3년에서 6년정도 캐스크통에서 숙성되며 6 푸토노스는 100년이상 에이징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토카이에는 십여년 전부터 외국 투자가들이 현저하게 늘어나..
토스카나에 도착하고 두번째로 방문하는 와이너리 뽀데레 뽀르튜나. 항상 스페셜함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생기듯 이곳 또한 일정에 없던 투어였습니다. 대부분의 피렌체 지역은 날씨가 많이 풀려 따듯했지만 뽀르튜나에 가는 길은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산골짜기 였죠^^. 재밌게도 와이너리에 도착해서 우리를 처음 반겨준 것은 토끼 한마리와 꿩 두마리였습니다 ^^ 차를 타고 밭을 보는데 입지의 서늘함과 일조량에서 피노와 샤르도네가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함이 느껴졌습니다. 책에서 보던 부르고뉴 지역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습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할 때는 "이탈리아 피노?"하고 기대도 안했는데 위치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밭을 보고 와이너리로 향했는데 작은 빌라 같이 생긴 이곳에서 반전이 시작됐습니다. 입구의 수상 내..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봄의 기운이 다가옴은 햇볕이 비치는 낮에만 느낄 수 있을 뿐, 아침 저녁으론 아직도 매섭게 추운 겨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럴 때는 나중에 미칠듯한 땀 때문에 후회하더라도 뜨거운 여름이 빨리 다가오기를 기도하게 되죠. 뭐, 아무리 조바심 내봐야 여름은 4개월 후에나 오겠지만 사전에 그 더운 기운을 맛볼 수는 없을까요? 1998년에 세계 와인 시장에 등장한 플라네타(Planeta)는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을 놀라게 한 걸작 와인들을 다수 배출한 와이너리입니다. 이태리 시칠리아섬에 포도원을 갖고 있는 플라네타는 남부 이태리의 뜨거운 태양열을 잔뜩 머금은 포도들로 멋진 와인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까베르네 쇼비뇽이나 시라 같은 노블 품종으로 생산한 와인 ..
멘도사에 도착하여 멀리 펼쳐진 안데스 산맥을 바라봅니다. 일년 반 전에도 와인21의 최성순 대표님과 함께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 하나 살아나네요. 오늘은 그 당시 제가 방문했던 와인너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와인너리와 와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비냐 비크(Viña VIK)는 칠레 알파타(Alpata) 밸리 북쪽 경사면에 있는, 원주민들이 "황금의 장소(Millahue Valley)"라고 부르는 미야우(Millahue) 밸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와인너리는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산들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형상입니다. 넓게 펼쳐진 포도원과 호수,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멋진 별장...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음했던 와인은 첫 출시..
생쥐가 요리를 한다는 황당한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아시나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사람이 아닌, 그렇다고 갸루상도 아닌, 생쥐 한 마리가 훌륭한 요리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스토리 보드의 가벼움과는 다르게 요리사인 저에게는 무한감동으로 다가온 작품이었지요. 본래 라따뚜이(ratatouille)라는 말은 '허섭한 음식'이라는 뜻의 라따(rata)와 '마구 휘젓다'라는 뜻의 뚜이에(touiller)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호박, 가지, 토마토 등 프로방스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섭한 야채를 넣고 천천히 익혀낸 일종의 스튜로서 가난한 서민들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쉐프 터치(chef's touch)를 거쳐 고급스런 가스트로노미(gastro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