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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몇 주 동안은 알자스의 Clo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알자스에는 Kaefferkopf를 마지막으로 51개의 그랑 크뤼가 지정되어 있지만, 그랑 크뤼보다 더 그랑 크뤼 같은 몇 가지 와인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10ha 내의 작은 포도밭에서 각각의 품종에서 보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최상의 와인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Clos라고 부릅니다. 오늘 추천할 Clos는 알자스 리슬리 중 최고의 숙성 잠재력을 보여주는 Clos Ste-Hune입니다.Clos Ste-Hune은 Trimbach에서 생산하는 최상급 와인으로 1.67ha의 작은 밭에서 포도나무 수령 50년 이상 되는 고목에서 최상의 리슬링 뀌베로 생산됩니다. 와인은 당도가 거의 없을 정도로 발효시켜 아주 드라이한 맛이 일품이며, 응축감 있는 과실 풍미..
생선회와 어울리는 와인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라면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들을 들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 루아르의 상세르나 뿌이 퓌메, 뉴질랜드의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모두 생선회와 잘 어울리며,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도 가격을 생각해보면 꽤 알찬 맛을 보여주지요. 하지만 늘 소비뇽 블랑만 마시면 좀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소비뇽 블랑 말고도 생선회와 어울리는 와인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부르고뉴의 샤블리나 호주 에덴 밸리의 드라이 리슬링, 루아르의 뮈스까데 같은 와인들도 생선회나 생선 요리와 잘 맞는 편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도 생선회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 나옵니다. 바로 베르데호(Verdejo) 포도로 만들어 싱그러운 향과 새콤한 맛을 지닌 와인이죠. 비네도스 싱글..
이탈리아에는 350개 이상의 양조용 포도 품종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20개의 주요 와인 지역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포도 품종을 이용해 저마다 개성 있는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엘리스 보나코르시 발 세라사 에트나 로쏘(Alice Bonaccorsi Val Cerasa Etna Rosso) DOC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토착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80%와 네렐로 카푸쵸(Nerello Cappuccio) 20%를 블렌딩해서 만듭니다. 처음 이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했을 때는 피노 누아나 네비올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네렐로 마스칼레제 품종은 피노 누아와 네비올로를 섞어놓은 듯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죠. 시칠리아에서는 이 품종으로 로제 와인도 만드는데 이 와인을 로사토..
오늘 소개할 와인은 지난 주 일본 여행을 가서 우연히 마시게 된 프랑스 보르도 오 메독 지역 와인, 페르모렝 드 빌조르쥬(Peyremorin de Villegeorge)입니다. 환율탓도 있겠지만, 소매점에서 2만원 정도에 오 메독 와인을 구할 수 있다는데 흥분한 나머지 그대로 질렀습니다. 코르크를 오픈하고 테이스팅을 했는데, 이건 마치 생전 처음 레드 와인을 맛 보았을 때 느꼈던 바로 그 시금털털한 맛이 밀려오는 겁니다. 이건 뭐지 잘못 골랐나?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으나,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기다림은 결국 또 다른 실망을 안겨줄 때도 있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얻는 설레임도 무시 못하죠. 마치 로또를 구입하고 번호가 발표될 때까지 1등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면서 므훗해하는 모습과 같다랄까요..
휴가 마지막 날 아쉬움을 달래며 쇠고기 구이와 함께 와인 한 잔을 마셔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는 다이어터니까 진짜 한 잔만 마시자는 다짐을 굳건히 했지요. 그러나 무릎을 꿇었습니다. 와인을 마신 입에 고기를 넣는 것은 성지를 훼손시키는 만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경쾌한 산도, 가볍게 입 안을 감싸고 도는 부드러운 질감, 신선한 허브향과 스파이시, 붉은 과일류의 달짝지근한 향에 더해지는 흙냄새, 나무 냄새와 육고기 냄새 등이 어우러지며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마치 "얇은 사 하이안 꼬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방점처럼 찍히는 짜르르한 탄닌(절대 투박하게 덥썩 들러붙지 않습니다.). 조금만 마셔야지 했던 건 공허한 다짐이었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알뜰하게 마시고..
우리에게 익숙한 메독 와인지역은 통상 오 메독(Haut Medoc)을 가르킵니다. 뽀이약, 마고, 생줄리안, 생떼스테프 같은 유명 와인 마을들이 모두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규모는 오 메독 못지 않게 크지만 특별한 와인이 없어 와인 애호가의 관심 밖에 있던 바 메독(Bas Medoc)에서 로랑드 비(Rollan be By)라는 세계적인 와인을 만들어낸 수퍼스타가 쟌 귀용(Jean Guyon)입니다. 라 끌라르는 그가 2000년에 매입하여 새로운 와인으로 변모시킨 와인입니다. 새로운 와인메이킹 팀은 인수한지 불과 2년만에 쟌 귀용 스타일의 2002년 라 끌라르를 만들어 냈습니다.최근 지인 몇 명과 함께 2002년 라 끌라르를 테이스팅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단지 식사와 잘 어울리길 바랐습니다. 그런..
잔을 쳐다본다. 딥 퍼플이다. 풍부한 검은 과일의 아로마와 스파이시함이 풍겨 나온다. 버섯, 가죽 향 등등 풍부하고 복잡한 부케가 끊임 없이 머리 속으로 스며든다. 멋진 와인이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미디엄 플러스의 높은 산도와 알코올, 그리고 강한 타닌을 지닌 풀바디하고 드라이한 와인이다. 타닌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고, 농축된 블랙체리와 카시스의 풍미가 목 넘김 후에도 끊이질 않고 이어진다. 좋구나!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맛이 너무 진한 것이 살짝 느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와인도 있구나. 도대체 어떤 와인이길래 이런 농축된 풍미와 힘을 지녔을까?‘, 품질은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남(Outstanding)', 가격은 '최상급(Premium)'에 체크를 한다. 와인을 ..
한국 시장에서 로제 와인은 인기가 별로 없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음식과 매칭함에 있어 로제 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로제 와인은 타벨 지역 와인으로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다른 로제 와인들 중에서도 구조감과 풍미가 뛰어난 전통적인 스타일의 와인 입니다.1987년부터 양조를 시작한 도멘 드 라 모르도레(Domaine de la mordoree)는 아주 오래된 도멘은 아니지만 론 지역에서 "떠오르는 슈퍼스타"라고 불릴 정도로 와인의 퀄리티가 훌륭하고 양조철학이 아주 뚜렷한 곳 입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빌리자면 "예전의 타벨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레드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의 이미지였고 우리들은 그 때의 타벨을 추구한다." 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모르도레(mordoree)의 타벨은 촘촘한..
흔히 젊음은 아름다운 존재라는 의미로도 통용됩니다. 확실히 푸릇푸릇 생기 넘치는 젊음처럼 아름다운 것도 드물죠. 하지만 아직 세상 모르는 젊음은 풋내기의 또 다른 말인지도 모릅니다.원숙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충분히 숙달되어 능숙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지요. 자연스러우면서 막힘 없는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 많은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젊은 나이에는 다다를 수 없는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한 와인이 있습니다. 26년의 세월이 이 와인의 맛과 향을 빚어냈답니다. 그윽한 향의 나무, 마른 과일, 여러 가지 향신료, 향긋한 허브, 덜 익은 딸기, 이스트, 꿀, 꽃, 가죽, 졸인 과일, 조청, 메이플 시럽, 나무 수지... 셀 수 없이 다양한 향이 흘러나옵니다. 매끈하면서 편안하고..
서호주(WA, Western Australia)는 알래스카와 텍사스를 합친 것보다 면적이 더 큰 지역으로 이곳의 2/3를 차지하는 북부와 동부는 매우 덥고 건조합니다. 특히 북서쪽은 여름 온도가 50.5℃에 달하는 호주에서 가장 더운 곳입니다. 반면에 서호주 남서부 모서리의 해안가에 있는 마가렛 리버는 서쪽의 인도양과 남동쪽의 남극해의 영향으로 기후가 훨씬 서늘합니다. 호주의 화가 켄 위슨(Ken Whisson)의 작품 "Farm visitors and red hen"이 레이블에 그려진 2008 아트시리즈 샤르도네는 싱싱한 배와 복숭아, 구운 아몬드, 시나몬, 바닐라 풍미가 아주 조화롭습니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와인의 텍스처도 매력적이고요.마가렛 리버는 경관이 아주 아름다운 곳입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