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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파밸리로 여행을 갔던 동생 덕분에 오퍼스 원(Opus One)을 맛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수라 백작을 연상시키는 두 얼굴의 그림이 낯설지가 않네요.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적인 와인으로 인지시키는데 이바지한 일등 공신, 로버트 몬다비와 보르도 메독에서 유일하게 1등급 승격의 쾌거를 거둔 전설적인 인물, 바롱 필립 드 로칠드가 합작한 결과물로 유명하죠.처음 올라오는 풍미는 노련한 보르도 와인의 느낌이었지만 뒤를 받쳐주는 힘은 혈기왕성한 캘리포니아 와인의 느낌입니다. 두 지역의 장점만 모아놓은 듯한 오퍼스 원...어릴적 봤던 만화 드래곤 볼에 나오는 초사이어인 퓨전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오공과 베지타의 합체처럼 두 거장의 퓨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그 동안 아이 둘을 낳아 키워왔고, 사는 곳도 가깝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서로 소원해졌답니다. 얼마 전 시간을 내서 한 번 만났는데 SNS에 간혹 올리는 와인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낀 듯 추천해 줄 수 있는 와인이 없느냐고 묻습니다. 그녀의 요구 사항은 이렇습니다. 술을 잘 못하기 때문에 알콜이 세지 않고, 단맛이 났으면 좋겠으며,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이면 좋겠다. 한번도 와인을 사 본 적이 없으니 가격이 비싸면 부담스럽고, 이름도 어려운 건 싫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부탁한다. 그래서 추천해 준 와인은 간치아 아스티(GANCIA ASTI)입니다. 다섯 살, 세 살 된 아이들 챙기면서 평소에 먹는 음식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했..
열대야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입니다. 자다 깨다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한낮의 온도는 울산이 40도를 찍었습니다. 냉장고에 들어앉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맥주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저는 시원한 샴페인이 땡깁니다. 샴페인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프리스티지, 럭셔리, 축하의 의미지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샴페인의 독특한 버블과 풍미는 ‘특별한 날’ 또는 ‘축하하는 자리’에서 마시는 와인으로 인식되게 합니다. 무엇보다 사실 샴페인은 비싸죠. 프랑스 국내에선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걸쳐 물타기나 원산지명의 부정 유통이 횡행하여 위조품이 성행했습니다. 이런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해, 1935년에 원산지통제명칭법(AOC)이 제정되었습니다. 이후 재배 지역, 포도 품종, 재배 방법, 수확시의 당도, 단위 면적당 포..
‘세컨와인이고 8년정도 지났으니, 마실만 하겠지!’, 샤또 디쌍의 세컨드 와인인 샤또 블라종 디쌍(Chateau Blason D'issan) 2005를 셀러에서 꺼내며 중얼중얼거렸습니다. 샤또 디쌍은 그랑 퀴리 3등급으로 마고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마고 지역의 와인들은 오-메독의 다른 와인들보다 여성스럽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많이 합니다. ‘와이프가 부드러운 것을 마시자고 했으니 블라종 디쌍 05가 좋겠어!’라고 생각했지요. '세컨드 와인에, 8년이나 지났고, 마고니 지금쯤 부드럽게 잘 익었겠지'라는 기대를 하며 가볍게 오픈을 합니다. 시향을 합니다. ‘어라..?' 고개를 기우뚱하며 시음을 합니다. 샤또 블라종 디쌍 2005는 생각보다 매우 강건했습니다. 4~5년은 더 지나야 좋은 모습을 보여줄 ..
Zind-Humbrecht는 알자스에서도 손꼽히는 비오디나미 농법 양조의 선구자 입니다. 특히 마스터 오브 와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올리비에 훔브레이트가 현재 오너로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두번째 Clos는 Zind-Humbrecht를 소개할 때 빠질 수 없는 알자스의 제일 남부 Rangen de Thann에 위치한 Clos St. Urbain입니다.Rangen의 총 면적은 19ha미만이지만 그 중 진트 훔브레이트가 소유하는 Clos St. Urbain은 5.5ha 정도로 아주 작은 모노폴 생산 지역 입니다. Rangen 지역은 토질 자체가 알자스에서 가장 오래된 고생대 지층입니다.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퇴적물과 함께 응회암과 운모들이 많아 와인의 구조 형성에 영향을 주면서 특유의 아로마와 깊은 피네스..
레드 와인은 고기, 화이트 와인은 생선. 이 공식(?)은 절대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와인과 음식의 무난한 매칭을 이룰 수 있는 조합입니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은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조리 방법이나 사용하는 양념에 따라 달라지곤 합니다. 때때로 뜻밖의 매칭을 이루는 경우도 있곤 있죠. 예를 들어 돼지고기에는 오크 처리를 한 일부 이태리 토착 화이트 와인이 잘 맞고, 참치 머릿살에는 피노 누아나 보졸레가 맞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고기 요리는 레드 와인과, 대부분의 생선 요리는 화이트 와인과 먹으면 큰 무리 없이 어울립니다. 그런데 육류와 채소류가 뒤섞여있는 요리는 어느 와인과 먹어야 할까요? 그리고 와인은 한 병만 마셔야 하는데, 고기 요리와 채소 요리가 함께 나온 자리에는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
스페인의 주정강화와인으로 잘 알려진 "Jerez-Xérès-Sherry"(셰리)는 스페인 남부의 카디스 주에 있는 세 도시인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 엘 푸에르토 데 산타 마리아(El Puerto de Santa María), 산루카 데 바라메다(Sanlúcar de Barrameda)에서 생산됩니다. 스페인에서는 짧게 헤레스라고 부르고, 영국인들은 이를 셰리라고 부릅니다. 셰리는 스페인의 토착 품종인 팔로미노(Palomino)라는 청포도로 만듭니다. 눈부시게 하얀 알바리사(albariza) 백악질 토양은 알칼리성으로 포도의 산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배수성과 보수력이 좋습니다. '프랑스에 샴페인이 있다면 스페인에 셰리가 있다'고 할 만큼 이 두 와인은 각 지역의 ..
며칠 전, 설국열차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영화 속 주인공이 와인을 병째 들고 마시는 장면에서 '음~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습니다. 결국 그 욕구는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근처 대형 마트 와인코너를 기웃거리게 만들었죠.이 와인 저 와인 구경을 하다가 눈에 띈 녀석은 미국 오레곤에서 생산된 킹스 릿지 오레곤 피노 누아(Kings Ridge Oregon Pinot Noir)였습니다. 하얀색 바탕에 적갈색 글씨의 레이블은 마치 하얀 눈위에 붉은 핏자국처럼 이미지화되어 영화의 잔상처럼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킹스 릿지 피노 누아는 미국의 와인 생산지 중 가장 피노 누아에 적합한 테루아를 갖춘 오레곤 지역 출신답게 품격 있는 풍미를 ..
샴페인이 안 어울리는 때가 있겠냐만 여유로운 휴가지에서의 한 순간은 샴페인이 채워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요.로랑 페리에(Laurent - Perrier)는 산미와 과일 향의 조화와 조밀하고 파워풀한 버블, 가벼운 바디감에 단단하고 샤프한 스타일의 샴페인으로 제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샴페인인데요, 더위를 피해 가실 여러분의 여름 휴가지에서의 필수품으로 추천하는 와인입니다.저 역시 이번 휴가 때 마셨던 샴페인이었고, 마침 시원하게 한차례 소나기까지 내려서 '소나기, 잠깐의 여유. 그리고 샴페인'이라는 3박자가 맞는 듯 살짝 낭만적인 기분이 들기도 했었지요. 좋은 샴페인과 함께 여러분의 휴가도 기분 좋은 기억을 남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몇 일전 필리뽀나의 앙투앙 드 보이슨 마케팅 이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끌로 드 고아세(Clos des Goisses)는 주변 포도밭보다 온도가 1.5도가 높다.”며 필리뽀나는 ‘샹파뉴에서 가장 뜨거운(Hot) 포도밭’이라고 얘기했습니다.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포도밭 중 하나로 뽑히는 ‘끌로 드 고아쎄’는 1935년부터 최고의 싱글 빈야드 샴페인을 생산해 오는 필리뽀나의 크랑 퀴리급 밭입니다. 주변 온도보다 1.5도가 높으면 포도는 더 잘 익고 풍부해집니다. 밤낮의 기온 차가 커서 크리스피한 산미가 나오며 풍부한 풍미를 충분히 커버하지요.필리뽀나의 양조철학은 단순합니다. 뛰어난 포도를 가지고 있으니 떼루아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그는 “좋은 포도로 좋은 에이징을 합니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