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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잘하니? 명문대 가야 성공하지!’ 한국의 한국인이면 누구나 초등학교부터 귀에 못박히게 들어오던 얘기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자연적으로 스펙에 연연하는 삶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짧고도 긴 고3 시절을 끝내고 1998년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군대를 갔다와 보니 세상은 팍팍해져 있었습니다. 취업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학교는 물론 과도 좋아야 되고, 토익점수가 없으면 안됩니다. 영어회화도 잘 해야지요. 그러고 보니 주변 사람이 다들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도 해외로 대학을 가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이력서에는 봉사활동을 적는 칸도 있습니다. 다시 다들 칸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떠납니다. 입양아를 돕기도 하고, 국가기관에서 일하기도 하며, 다시 해외로 나..
쥐라 지역의 제일 유명한 와인을 하나 꼽으라면 뱅존을 들 수 있는데요, 그 중 샤또 살롱은 단연 으뜸으로 쳐줍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뱅존은 사바냉이라는 품종으로 사용하는데 양조 방법 또한 독특합니다. 먼저 사바냉을 수확한 뒤 버건디 배럴에서 숙성시킵니다. 이때 일부러 산소와 효모를 노출시키게 되면 쉐리를 양조할 때 생기는 플로르라는 막이 생기는데요, 그렇게 6년 3개월 동안 배럴 숙성 후 병입합니다. 병입은 전통적으로 클라블랭이라는 620ml 사이즈의 작고 통통한 병을 사용하는데 샤또 살롱에게만 병에 각인을 새길 수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산화를 시킨 상태에서 오랜 시간 오크 숙성을 시키기 때문에 보관 또한 길게는 한달까지도 거뜬히 갈 수 있는 샤또 살롱. 어제 마신 도멘 베르테 본데 샤또 살롱(..
"향의 교향곡(Symphony of Aromas)". 토레스가 아트리움 씨리즈를 기획하면서 내세운 모토(Motto)입니다. 그리고 아트리움 샤도네는 그 모토를 아주 잘 구현한 와인이랄 수 있죠. 레몬, 사과, 오렌지, 조금 덜 익은 파인애플, 복숭아, 살구, 농익은 배, 모과로 이어지는 희고 노란 과일향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여기에 노란 꽃과 꿀 내음이 살짝 풍기며, 오크와 미네랄 같은 다양한 향이 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바닐라와 버터, 토스트의 향이 점차 진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수 없이 다양한 향이 어우러져 멋진 풍미를 자아내는 것이 실로 향의 교향곡이라 할만 하네요. 이처럼 멋진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 토레스는 샤도네와 스페인 토착 품종인 파렐라다(Parellada)를 썼고, 와인의 1..
보나르다는 아르헨티나에서 말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적포도 품종입니다. 말벡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장 전통적인 포도 중의 하나로 아르헨티나 와인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품종입니다. 이탈리아에도 보나르다로 불리우는 포도 품종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두 포도가 이름은 같지만 유전학적으로 같은 품종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의 보나르다는 오히려 말벡처럼 프랑스에서 소량 건너온 포도 품종입니다. 프랑스의 사부아 지방에 있는 코르보(Corbeau)란 품종으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샤르보노(Charbono)란 이름으로 심어왔던 포도지요. 아마 프랑스의 포도 이름을 원치 않아서 다른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포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
밤11시쯤이 되면 텔레비젼에서 맥주 광고를 합니다. 하얀 크림같은 거품에 구수하면서 쌉싸름한 라거의 풍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상과 음향은 뇌를 자극하고, 어느 샌가 손엔 맥주잔이 들려있습니다. 와이어드 뉴스(Wired News)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학자들이 12,00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배가 많이 나왔으나, 와인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거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특히 늦은 밤 마시는 맥주는 뱃살로 직행하겠죠? 와인을 마실 때는 그렇지 않은데, 맥주를 마시고 나면 곡류를 발효시킨 양조주라서 그런건지 밥을 먹은 것처럼 금새 포만감을 느끼게 됩니다.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맥주를 많이 마시는 독일인이 와인을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
누구에게든 쥐약인 날이 있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 구름이 잔뜩 낀 날. 어쨌든 기압이 낮은 날에는 최악의 컨디션을 보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에 비 옴. 수요일은 두꺼운 구름이 손가락으로 찔릴 듯이 낮음. 이는 곧, '나를 찾지 말지어다.'의 날입니다. 몸은 기름을 다 짜낸 깨 쭉정이 같고, 반대로 신경은 날카롭고, 뭘 해도 억지로 하게 되니 이런 날은 다툼도 많습니다. 이런 날은 최소한의 동선에서 최대한 얌전하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상책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첫사랑 와인이 있을 겁니다. 샤또 브란 깡뜨냑(Chateau Brane Cantenac)은 '와인은 보르도 와인이 가장 마실만 하대.' 하던 시절에 우연히 추천 받아 지금은 셀러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와인이 되었습니다. 이 와인을 마시고 향에..
어제 보르도 와인 테이스팅에서 저의 관심은 샤토 깐떼그릴(Chateau Cantegril)에 가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수준의 소떼른(Sauternes) 와인일까 궁금했고, 다른 참석자들은 스위트 와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궁금했습니다. 2009년산 샤또 깐떼그릴이었는데 코에서 느끼는 향은 샤또 디켐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아직 장기 숙성으로 생기는 복잡하고 깊은 향은 아니었지만 벌꿀 향과, 꽃 향기, 잘 익은 오렌지, 그리고 빠져서는 안되는 약간의 곰팡이 향을 풍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입안에 한 모금 마셨습니다. 스위트 와인이 주는 달콤함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죠. 엄청나게 높은 당도임에도 적당한 산도가 받쳐주니 질리지 않는 달콤함입니다. 쌈쌈한 끝 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줍니다. 이 정도 향과 풍미라면 ..
금요일 그 남자 입니다. 오늘은 버건디 지역의 꼬뜨 살로네즈(Cote Chalonnaise) 와인을 소개 드리겠습니다. 꼬뜨 살로네즈는 최고의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꼬뜨 도르의 연장선 아래 위치하고 있습니다. 토양도 비슷하고 품종도 동일하죠. 하지만 세계 최고의 와인생산지이자 세계 최고가의 와인들이 나오는 꼬뜨 도르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와인도 빨리 숙성되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꼬뜨 살로네즈의 와인은 세계 최고, 최고가의 와인이 생산되는 꼬뜨 도르 지역의 ‘피노 누아’를 드시고 싶을 때 대안으로 아주 좋습니다. 꼬뜨 살로네즈 지역 중에서는 메르퀴리(Mercurey) 마을이 양질의 피노 누아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블리 메르퀴리(Faiveley Mercurey)’는..
세롱(Cerons)은 그라브와 소테른 사이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물량이 적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이 마을의 스위트 와인이 보여주는 품질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보르도 스위트 와인하면 소테른과 바르삭을 먼저 떠올렸던 저로써도 세롱의 와인은 선입견을 깨는 아주 좋은 와인이였습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되었던 시음회에서 마지막 디저트와인으로 나왔던 "로레 드 벨 에르(l'oree de bel air 2005)". 첫 향을 맡는 순간 보트리티스의 향과 함께 아카시아 꿀, 말린 살구, 샤프란, 브리오쉬 같은 스위트한 향과 함께 부드럽고 풍부한 아로마의 캐릭터가 잘 살아 있었습니다. 특히 농밀한 바디감과 함께 느껴지는 피니쉬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정말 잘 만든 소테른..
"왕의 만찬과 신들의 제사를 위한 와인(Resum Mensis, Aris que Deorum)". 샤토 디쌍(Chateau d'Issan)의 라벨에 적힌 글귀입니다. 이러한 글귀가 무색하지 않게 보르도 그랑 크뤼 3등급인 샤토 디쌍은 등급에 어울리는 품질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을 매혹시켜왔죠. 샤토 디쌍에게는 세 명의 동생 같은 와인이 있습니다. 첫째 동생은 블라종 디쌍(Blason d'Issan)으로 슈퍼 세컨드라 불릴 만큼 좋은 맛과 향을 지닌 와인입니다. 둘째 동생인 물랭 디쌍(Moulin d'Issan)은 보르도 슈페리어급의 와인으로 일반 보르도 와인보다 알코올이 더 강한 와인이죠. 그리고 막내 동생이 르 오-메독 디쌍(Le Haut-Medoc d'Issan)입니다. 원래 르 오-메독 디쌍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