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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은 2006년 건립된 시티 오브 와인이라는 인상 깊은 건축물로 잘 알려진 와이너리입니다. 노벨상을 받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춤추는 무희의 치마를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금빛과 보랏빛으로 물결치듯 이어지는 지붕이 아주 멋집니다.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입니다. 외교관이자 작가인 카밀로 우르타도 데 아메사가 마르케스 데 리스칼(Camilo Hurtado de Amezaga Marques de Riscal)은 1858년 리오하(Rioja)에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처음으로 바리크(barriques)을 사용하는 프랑스의 와인 양조 기술을 도입한 이 와이너리는 뛰어난 ..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와인 리스트를 작성할 때 구색 갖추기 식으로 항상 들어가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보편적인 와인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키안티 클라시코를 선택할겁니다. 키안티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중요 와인 생산지역으로 그 중에서도 토양과 기후조건이 좋은 곳을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따로 분류를 합니다. 13세기 말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두 도시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였던 곳입니다. 오랜 기간의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 두 도시의 기사들은 합의를 합니다. 첫 새벽닭의 울음과 동시에 각자의 도시를 출발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피렌체에서는 검은 수탉을 골라서 먹이를 주지 않았고, 시에나는 하얀 수탉을 골라서 배불리 먹였습니다...
오지에 샤또네프 뒤 파프 레 클로지에르(OGIER Chateauneuf-du-Pape LES CLOSIERS) 2009를 시음한 당시에는 이것이 샤또네프 뒤 파프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르나슈와 시라가 각각 65%, 20%. 나머지는 쌩소와 무흐베드르가 블렌딩 된 와인은 특징적으로는 머스크 향과 더불어 단박에 느껴지는 스파이스, 가늘지만 단단한 구조감과 섬세하고 강한 탄닌, 붉은 과일류의 높은 산도를 갖고 있습니다. 당시 함께 이 와인을 시음했던 멤버들은 이것이 혹시 공들여 만든 이탈리아의 '바르베라'가 아니겠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형태 작가는 다양한 색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인데 많을 때에는 한 캔버스에 21가지의 색을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자유로운 채색만큼 거친 듯 과..
어제 오랜만에 와인까지 곁들인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식과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와인이 빠지면 무언가 허전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50여 종의 와인을 오만원 균일가의 착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말에 긴가민가 했는데 빽빽한 와인리스트에서 내 눈을 바로 사로잡은 와인이 있었습니다. 드라이한 스타일의 알자스 리스링을 좋아하는데 와인 리스트에 명가 위겔(Hugel)의 리슬링(Riesling)이 있는게 아닙니까?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 비록 베이스 라인이기는 하지만 위겔의 품질 수준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무엇보다 가격이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 가격이 오만원이라니. 와인숍에서의 가격이라 하더라도 좋은 가격인데... 리슬링은 정말 매력있는 와인입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워터 핸젤(Walter Hansel)을 검색하면 인터넷과 블로그에 항상 나오는 문구입니다. "최고급 버건디 와인의 스타일이며, DRC(로마네 꽁띠)와 르로아(Leroy)와 견줄만한 훌륭한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만들지만 가격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라는 문구지요. 뛰어난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것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소노마 지역에 위치한 러시안 리버밸리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제가 좋아하는 미국 피노 누아 중 하나입니다. 포스팅에서 와인의 가격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습니다만, 월터 핸젤은 모든 블로그 포스팅, 카페 글들에 이 문귀가 단골로 적혀있어 조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이 와인을 남산 근처의 한 와인바에서 마셨을때, 가..
오늘 추천 드릴 조쏘의 와인은 앙리 부르주아 당탕 상세르(Henri bourgeois D'Antan Sancerre)입니다. 루아르 지역 하면 크게 두가지의 화이트 와인용 포도 품종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슈냉 블랑이고 나머지 하나가 소비뇽 블랑입니다. 사실 소비뇽 블랑하면 신선하고 어릴때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일렉스(silex)라는 부싯돌 규석질의 토양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소비뇽 블랑은 장기 숙성을 통해 복합적인 향과 맛을 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앙리 부르주아는 3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루아르 지역의 오래된 도멘으로 밭마다 가진 개성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 입니다. 앙리 부르주아의 밭은 점토질 석회 토양인 키메리지앙을 비롯한 다양한 토양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
날씨가 많이 더워졌지요? 한낮에는 반팔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을만큼 날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삼삼오오 시원한 야외로 나가 고기 구워먹기 좋은 환경이 되지요. 강원도 팬션도 좋고, 난지도 캠핑장도 좋고, 시원한 계곡도 좋습니다. 정 갈데가 없다면 옥탑방 문 앞에 놓인 평상 위에 부루스타 올려놓고 지글지글 자글자글 구워 먹은들 어떻겠습니까? 친구랑 고기 한 점 술 한 잔 마시면서 이러저러 수다떨고 놀다보면 일주일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질겁니다. 이런 자리에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고, 그러면서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와인이 최고죠. 우드브릿지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하우스 와인입니다. 모두 14종이 생산되는데 카베르네..
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느다란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페루, 동쪽으로는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접하며 서쪽으로는 태평양, 남쪽으로는 남극해에 면하고 있습니다. 북부는 아타카마(Atacama) 사막과 산지가 있고, 중부는 안데스 산맥과 태평양 연안을 따라 솟은 해안산맥이 있으며, 그 사이에는 중부 협곡지대가 있죠. 남쪽으로는 항상 춥고 비에 젖어 있는 파타고니아(Patagonia) 사막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의 주인공 알타 티에라 시라(Alta Tierra Syrah)는 아타카마 사막의 끝, 남반구 위도 30도에 있는 최북단 포도원인 비냐 팔레니아(Viña Falernia)에서 만들어집니다. 엘키 밸리(Elqui valley)라 부르는 이곳은 칠레에서 하늘이 가장 깨끗한 곳이며 칠레의 전통 증..
어떤 책을 읽다 이런 글귀를 봤습니다. "철든 사람들은 시험보고, 입학하여, 졸업하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 꼬박꼬박 월급을 받지만, 철없는 사람들은 학교를 때려치우고 직업 없이 백수로 빈둥거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만들고 철든 사람들을 고용한다." 마치 철든 사람을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묘사하였습니다. 하지만 철(哲)든다는 것은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세상 풍파에 이리 저리 시달리면서도 견디고 이겨낸 그들이 얻게 된 철은 그저 단단하기만 한 강철이 아니라 세상 이치에 밝은 그런 철이 아닐까요? 철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차린 게 아니라, 철없던 사람이 철이 들어 회사를 만든 것이지요. 와인도 그런 것 같습니다. 코르크를 따자마자 마시면 뭔가..
개인전을 앞둔 맹기호 작가는 그림을 얼추 마무리 한 후 갤러리 대표를 만나서 "뭔가 2%가 부족한데 이건 내가 죽어야 될 것 같아." 하면서 웃더랍니다. 그리고 이틀 후 맹기호 작가는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21세기 인기 만화 영화 주인공으로 몸을 가득 채운 서양의 미의 여신 비너스. 그녀는 동양의 정신을 상징하는, 꽃이 만개하고 가로로 뻗은 늙은 매화 가지에 세로 선처럼 앉아 있습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자리한 두 개체들은 하늘 빛인지 물 빛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 떠 있듯이 위치해 있고 그것들의 배경은 분명 푸른 빛이지만 선비의 고매한 정신과 굳은 절개를 보이는 유(柔)한 어조의 시와 만나면, 또 조선 사대부의 옥색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어떤 날은 이 작품에 정신이 팔려서 작품의 양각된 부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