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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화로 판매되는 튤립은 수분이 부족하면 줄기가 말랑말랑해지고 힘이 없어서 플로럴 폼에 꽂아 작업하기도 힘들고, 핸드 타이드 부케로 작업을 하기도 힘이 듭니다. 방법으로는 튤립의 줄기가 단단하게 힘이 생겨서 본 모습이 나올 것을 예상하며 자리를 잡아서 모양을 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튤립이란 녀석은 물을 한껏 먹고 나면 줄기가 하룻밤 사이에 보통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길어지니 처음부터 자라날 줄기의 길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꽃의 위치를 잡으면 튤립만 멀뚱해져 푼수같은 모양새가 되니 여간 까다로운 소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완성된 결과물은 전체적인 모양새 자체가 좀 엉성하지요. 하지만 다음 날에는 전날 엉성하던 모양과는 전혀 다른 본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본 모습은 수분을 가득 담아 줄기에..
보르도하면 누구나 먼저 메독의 그랑 크뤼 와인을 떠올립니다. 삐숑 바롱(Pichon Baron)은 60여개의 그랑 크뤼 와인 중에서도 1등급에 가깝다하여 수퍼 세컨드라고들 합니다. 뽀이약의 남쪽 끝에 위치한 삐숑 바롱의 포도밭은 샤또 라뚜르와 가까이 있습니다. 까베르네 쏘비뇽의 블렌드 비율이 80%에 이르러 메독에서도 가장 힘이 있는 장기숙성용 와인으로 손꼽힙니다. 작년에 90년대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 몇 개를 테이스팅할 때 뽄테 까네 95, 그루오 라로즈 96, 지스꾸르 95와 함께 삐숑 바롱 1996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들을 보여주었지만 그 중에서 단연 압권은 삐숑 바롱이었습니다. 잘 숙성된 뽀이약 특유의 흙 느낌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신선한 과일 향은 15년 가까운 숙성의 세..
국제주류박람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와인21에서 ‘사춘기의 와인시장’이라는 주제로 와인포럼이 열렸고, 부족하지만 발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세계시장을 살펴보고,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와인 구매 패턴을 살펴보고, 여러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와인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크고, 이러한 가격불신으로 인해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언급했는데요, 온-오프마켓의 제품 차별화를 원하는 현상, 소비자 커뮤니티의 변화, 수입사의 전략 변화, 언론의 비우호적인 기사 등등이지요.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뒤집어 보면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일본의 경우 와인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된 3가지 요인이 있었는데 하나는 ‘보졸레 누보 붐’, ‘폴리페놀 붐’ 마지막으로 ‘저가 와인 붐’이었습..
오늘 조쏘가 추천 할 와인은 나파밸리 오크빌에 위치한 파니엔테 샤도네이! 날씨가 많이 풀려 따뜻함과 꽃내음, 밝은 기운들이 소록소록 올라 오고 있는 요즘엔 레드 와인 보다 화이트 와인이 더 구미를 당깁니다. 오늘 추천할 파니엔테 샤도네이는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아주 부담스럽지도 않은 우아함을 가지고 있으며 깊이 있는 옐로우 색채에 열대 과실향과 꽃내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고 오크숙성에서 느껴지는 버터리한 부드러움이 인상적인 와인입니다. 사실 이 와인을 추천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와이너리 이름에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로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와이너리는 1885년 설립됐지만 1919년 대대적인 금주령으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1979년 새로운 주인이 와이너리를 인수한 후 재건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와인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 이름으로 마을의 명칭이나 회사 이름, 포도 품종명 등이 사용되는데,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복잡하게 느껴지고 외우기 힘들기 때문이죠. 극단적인 예로 '샤또 피숑 롱그빌 꽁테스 드 라랑드(Cha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를 단번에 기억할 분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보가 스파클링(VOGA Sparkling)은 "알아보고 기억하기 쉬운 와인"입니다. 다른 와인과 단번에 구별되는 대담하고 세련된 병 디자인, 외우기 쉬운 이름과 단순한 레이블, 그리고 누구나 맛있다고 느낄 만한 맛과 향을 갖췄죠. 그래서 누구나 부담없이 마시고 기억하기 쉬운 와인입니다. 복잡한 것은..
바롤로 와인은 껍질이 얇고 산도와 타닌이 풍부한 네비올로(Nebbiolo) 품종으로 만듭니다. 남쪽을 향한 경사진 포도밭, 서늘한 기후와 풍부한 아침 안개가 있는 이탈리아의 북서부의 피에몬테는 늦게 익는 네비올로 포도가 잘 자랄 수 있는 곳입니다. 미켈레 키아롤로(Michele Chiarlo)는 가야, 안티노리, 비온디 상티 등과 함께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 이탈리아의 와인 명가들의 단체) 중 하나입니다. 피에몬테에는 네비올로를 생산하는 11개의 코뮌이 있는데, 그 중 5개 만이 90%이상의 DOCG급 와인을 생산합니다. 미켈레 키아를로는 그 중 바롤로(Barolo) 코뮌에 있는 카누비(Cannubi)란 포도밭에서 생산됩니다. 남향으로 노출된 산비탈에 있는 이 포도밭은 최고의 네비올로를..
계란 노른자와 생크림, 그리고 바닐라 빈과 설탕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달콤함의 향연… 프랑스 대표 디저트 크렘 브륄레(crème brulee)를 아시나요? 입안을 기분 좋게 어루만져주는 바삭하고, 부드러운 텍스쳐와 설탕의 싼티를 벗고, 바닐라 빈이라는 명품 의상으로 갈아입은 고급스런 달콤함이 크렘 브륄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녀석을 만들면서 발견한 재미난 사실이 있습니다. 분명 500ml의 베이스를 준비했는데, 라므깽(ramequin)에 담다 보면 이상하게 10ml가 부족하더라는 겁니다. 그 부족한 2%의 행방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따지고 보면 거품으로 제거되거나 수증기로 날아간 게 원인이었겠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부드럽고 달콤한 크렘 브륄레에 반한 천사..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미당 서정주 - 선운사 동구. 동백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이유는 미당의 시 한 편 때문이었습니다. 빨간 꽃잎에 노란 꽃술. 거기다가 빤딱거리는 두꺼운 초록 잎. 알록달록하고 속을 다 보이는 꽃이 하나도 예뻐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쩜 저렇게 촌스러울 수 있냐 했었지요. 동백 낙화라고 해서 동백꽃이 '툭'하고 떨어지면 봄이 온다는 말도 있다고 하니 모진 겨울을 다 이겨내고 따뜻한 봄도 채 보기 전에 '툭' 하니 떨어지는 동백은 밝은 아름다움보다는 오히려 처연한 아름다움을 가져 비장미마저 느껴집니다. 모질기만 했던 젊은 시절을 다 보..
이번 보르도 여행에서 색다른 와인을 발견했습니다. 환경과 웰빙의 시대에 자연주의는 와인에서도 예외 없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와인에 있어서 자연주의는 대부분 포도밭에서 포도를 재배하면서 사용하는 각종 농약과 제초제를 화학 약품 대신 천연 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샤또 페낭(Chateu Penin)의 자연주의 와인 나뛰르(Natur)는 와인을 양조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첨가하게 되는 SO2(아황산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또다른 차원의 자연주의 와인입니다. 와인 생산에서 SO2는 필수불가결한 첨가물입니다. 와인 양조 최대의 적인 산화 (oxidation)를 방지하고, 또한 병입된 와인에 남아있을 수 있는 미생물(주로 이스트 찌꺼기)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SO2 첨..
벌써 또 금요일이 왔네요. 며칠전 홍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페xxx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쉐프님께서 프로슈토가 들어왔다고 해서, 프로슈토를 주문한 후 버섯샐러드와 피자를 하나 시켰습니다. 역시 와인이 없으면 섭섭할 것 같아서 와인리스트를 보자고 했더니, "와인리스트를 수정 중인데 이것 한 번 드셔보세요!" 하시면서 '하시엔다 로페즈 데 하로(HACIENDA LOPEZ DE HARO) 크리안자 2008'을 추천하시더라고요. 이 레스토랑에서는 3만원대의 가격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와인을 받아서 마실려고 하는데, RP 91점 스티커가 딱 붙어있더라고요. '세상에나 로버트 파커 91점 와인이 어떻게 식당에서 3만원대에 팔리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거 RP 91점 맞는건가?' 일단 마셔보기로 ..